5대 은행에서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이 2조8천억원 가량 늘었다. 증가 폭이 약 2년 만에 최대치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매주 점검 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의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으로 전월 말(680조8120억원) 대비 1조5174억원 증가했다.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4조9997억원에서 517조8588억원으로 2조8591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2021년 10월(3조7989억원) 이후 가장 크다. 특히 2021년 말과 비교해 최근 대출금리 수준이 훨씬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는 이례적이다. 2021년 말에는 주택담보대출 변동·고정금리가 연 3∼4%대로 현재 변동금리(연 4∼7%대)와 고정금리(연 4∼6%대)에 견줘 최대 3%포인트 낮았다. 차주들이 비싼 이자에도 돈을 빌리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대출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가계대출이 계속 늘자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매주 점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는 분위기다. 케이비국민은행은 최근 내부 회의를 거쳐 오는 13일부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만 34살 이하’ 고객에게만 내주기로 결정했다.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만기가 길어지면 매달 내야 할 원리금이 줄어들고, 이 때문에 디에스알 규제상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지금까지는 5대 은행 중 신한은행만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만 34살 이하’ 연령 제한을 두고 있었다.
우리은행도 지난 4일부터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방식 대출상품의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줄였다. 이 외에 가산금리를 조정해 대출금리를 다소 올리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은행들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뒤늦게 가계대출 고삐를 조이고 나선 상태다. 당국은 지난달 27일부터 특례보금자리론의 일반형(주택가격 6억원 초과 또는 부부합산 연소득 1억원 초과) 공급을 중단했다. 정부의 정책 상품이 고소득자의 내 집 마련을 돕고 가계대출 증가세의 주범이 됐다는 비판이 일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한번 탄력이 붙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쉽게 꺾일지는 미지수다.
당국은 대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9월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전월 대비 1조원 가량 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도 유의미하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8월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6조2천억원 늘었는데, 이 원장의 말대로면 9월 증가 폭은 5조원 내외가 되는 셈이다. 9월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통계는 이달 중순 발표된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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