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대출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 큰 폭으로 늘며 두달 연속 증가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아직 한국은행의 통화 긴축 기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대출이 꿈틀거리며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과 엔에이치(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678조2162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6040억원 늘었다. 지난 5월 증가폭(1431억원)의 4배 웃도는 규모다.
전세자금을 포함한 주택 관련 대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 22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510조1596억원으로, 5월 말보다 4834억원 불었다. 신용대출 잔액은 109조1166억원으로 지난 5월 말 대비 1035억원 늘었다. 신용대출 잔액이 전달보다 늘어난 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고금리에 뒷걸음치던 가계대출이 꿈틀대기 시작하고 있다는 조짐은 금융당국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3월까지 줄어들다가 4월 들어 전달 대비 2조3천억원 늘었다. 5월 들어서는 전달 대비 증가폭이 4조2천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1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였다. 예금은행에는 시중은행 외에도 특수·저축은행 등도 포함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대출 금리가 많이 내렸고, 향후 1년 안에 금리가 추가로 낮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늘며 가계대출이 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완연해지면서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불균형은 부채 확대 등 금융 부문에 거품이 형성되는 것을 뜻한다. 불균형이 확대될수록 금융 시스템 내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간주된다. 한국은행은 앞서 지난 21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국내외 통화정책 긴축기조 완화 기대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 하락 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다시 늘면서 금융불균형 축소가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짚은 바 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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