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고금리에도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둔화되고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물가 불안을 줄곧 강조해오던 한은이 ‘부채 확대’에도 근심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고금리의 부작용보다 금리 인하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이 더 크다는 이야기인 터라 기준금리 동결 장기화는 물론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은은 8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가계부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지연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가격이 여전히 소득수준과 괴리되어 고평가돼 있으며 가계부채 비율도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누증된 금융불균형(과다 부채 현상 등을 가리킴)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과거 저금리 시기 한은이 가장 우려했던 과다 부채 및 자산 거품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한은이 지난 2021년부터 기준금리를 올린 배경엔 물가 안정과 함께 금융불균형 해소도 있었다. 그런데 기대보다 통화긴축에 따른 디레버리징 효과가 덜하다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그 이유로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들었다. 한은은 “정부의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금년 들어 주택가격 하락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은행의 가계대출도 재차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5월 말부터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올해 5월 말 1년 만에 내림세를 멈추고 상승 전환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1년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은 입장에선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다행스러운 일이나 한편으론 다시 빠르게 거품이 일어 금융불균형이 더 악화될 우려도 있는 셈이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주택시장 경착륙 우려가 크게 줄어든 상황으로 보이는데, 연착륙은 단기적으로 보면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 위험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주택가격이 다시 빠르게 상승한다든지 관련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나면 금융불균형 완화를 지연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주택 가격과 관련된 여러 가계부채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향후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물가뿐 아니라 금융불균형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금융불균형 측면에서도 기준금리를 쉽사리 내리기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과 최인협 정책총괄팀 과장은 지난달 30일 한은 블로그 글에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단기적인 금융시장 안정 측면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디레버리징 흐름이 약화될 경우 이미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를 높이고 거시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향후 정책 운용에 있어도 이러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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