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연합뉴스
올해 들어 주식 가격이 오르고 집값 거품은 예상보다 덜 빠지면서 금융취약성지수(FVI)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중장기적인 금융 위험이 다시 커졌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가계 및 기업에 이미 누적된 빚이 많은 상황에서 들썩이는 자산 시장 영향으로 대출 규모가 더 불어날 수 있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한은이 21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금융취약성지수는 전 분기(46.0)보다 2.1 오른 48.1이다. 이 지수는 2021년 2분기 59.4까지 상승한 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꾸준히 하락해왔다. 금융취약성지수는 중장기 금융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로 자산가격(부동산, 주식, 채권), 신용축적(가계, 기업, 대외), 금융시스템 복원력 등을 반영한다.
한은은 “올해 들어 국내외 통화정책 긴축기조 완화 기대 등의 영향으로 주가와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부동산 가격 하락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가계대출이 다시 늘고 있다”고 지수 상승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취약성지수는 2분기에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8월 이후 줄어왔는데, 올해 2월부터는 감소폭이 축소되더니 4월에는 급기야 증가세로 전환했다. 김인구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난 점 등을 고려하면 2분기에는 (금융취약성지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취약성지수가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약화를 우려하는 한은의 경계감도 강해질 전망이다. 한은은 최근 집값 거품이 덜 빠진 상태에서 가계 빚이 재증가하는 것에 대해 연일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가계 부채가 다시 증가하면 금융 불균형 누증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정 수준으로 가계 부채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23.1%다. 민간 부채 규모가 민간과 정부가 한해 만들어내는 총부가가치의 두배를 훌쩍 넘는 셈이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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