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유동성의 상대적 축소와 경기둔화 조짐으로 주식시장이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들 변수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주가는 박스권에서 변동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유동성과 경기이다. 우선 유동성 측면에서 보면 단기부동자금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단기부동자금은 높은 수익률을 찾아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는 자금으로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 요구불예금, 현금, 머니마켓펀드(MMF), 고객예탁금 등으로 구성된다. 필자가 추정해보면 이 자금이 지난 10월 말 현재 1553조원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있다.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이 높다면, 주식을 살 수 있는 돈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광의통화(M2)에서 단기부동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주가(KOSPI)와 상관계수가 매우 높다. 2010년 1월에서 2021년 10월 통계로 분석해보면, 이들 두 변수 사이의 상관계수가 0.75로 나타났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비중이 2020년 3월 38.8%에서 올해 6월에는 44.5%로 증가했고, 코스피도 같은 기간 1754.64에서 3296.68로 87.9%나 상승했다. 하지만 7월부터는 주가가 하락하고, M2에서 단기부동자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이 축소되면서 10월에는 43.6%로 낮아졌다. 주식시장 조정에 따라 주식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일부 자금이 안정성이 높은 은행의 정기예적금 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를 보면 이러한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앞으로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대표적 경기지표가 통계청의 선행지수순환변동치이다. 이 지표가 지난 6월을 정점으로 10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1995년 이후로 보면 선행지수순환변동치 정점이 경기 정점에 1~8개월 선행했다. 경기가 이미 정점을 지났거나 조만간 정점에 근접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현재의 경기를 대표하는 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 8월을 정점으로 10월까지 2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보면 단기 경기순환상 정점이 지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가입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주요 신흥국의 경기선행지수를 작성하여 각국의 경기를 예측한다. 이에 따르면 한국 선행지수가 지난 7월을 정점으로 11월까지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으며, 우리나라 수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OECD 전체 선행지수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2년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여기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지난주 개최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3월에 양적완화를 끝내고 금리인상 시점도 앞당겼다. 유동성이 축소되고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면서 주식시장 주변자금은 상대적으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주가를 떠받쳤던 유동성과 경기가 이제 그 반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주식시장에서 기대수익률을 낮춰야 하는 이유이다.
김영익 |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