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시장의 화두는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금리 인상이었다. 2023년 화두는 경기침체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경기 예측이 중요한데, 경기에 선행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장단기 금리차이다.
미국에서는 10년과 2년 만기 국채 수익률 차이로 경기를 예측한다. 장기금리에는 미래의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이 내포되어 있는데, 장기금리 하락은 그만큼 앞으로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것을 의미한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1980년에서 2020년 사이에 미국 경제가 6번의 경기침체를 겪었는데, 예외 없이 그 이전에 장단기 금리차(10년과 2년 만기 수익률 차이)가 역전됐었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낮아진 것이다. 단지 시차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었고, 최근에는 그 차이가 더 확대되고 있다. 11월 이후에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3개월 만기 수익률보다 더 낮아졌다. 머지않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단기 금리차는 경기를 전망하는데 유용한 지표다. 필자는 10년과 1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 차이로 미래의 경제성장률이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방향을 예상한다. 우선 2000년 1분기에서 올해 3분기까지 데이터를 대상으로 분석해보면, 장단기 금리차가 경제성장률에 3분기 선행(상관계수 0.65)했다. 지난해 1분기를 정점(분기 평균 1.40%포인트)으로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기 시작했고, 올해 3분기에는 그 차이가 0.43%포인트로 더 줄었다. 3분기 선행성을 고려하면 내년 2분기까지 우리 경제성장률이 계속해서 낮아질 것이다. 실제로 많은 기관들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 2% 안팎에서 최근에는 1.7% 정도로 낮추고 있다. 올해 4분기 들어 장단기 금리차가 더 축소되는 것을 보면 경제성장률이 이보다도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장단기 금리차는 경기에 선행하는 통계청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보다 앞서 왔다. 2008년 1월부터 올해 10월 데이터로 두 변수의 상관계수를 구해보면 장단기 금리차가 선행지수에 5개월 선행(상관계수 0.55)해왔다. 장단기 금리차가 지난해 3월(1.36%포인트)부터 축소되기 시작했는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하반기부터 하락 추세로 전환했다. 올해 12월에는 10년 국고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10년 국고채가 발행된 2000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장단기 금리차가 마이너스(21일까지 평균 -0.18%포인트)까지 떨어졌다. 내년 상반기에 경기침체 정도가 깊어질 것을 시사하고 있다.
장단기 금리차는 경기뿐만 아니라 주가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 2015년 1월에서 올해 10월(분석 기간을 꼭 표시하는 것은 대상 기간에 따라 통계 수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장단기 금리차가 코스피에 1개월 선행했고, 상관계수도 0.80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12월 들어서는 장단기 금리차가 마이너스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주가 조정 폭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매일 시장에서 금리를 관찰할 수 있다. 내년 한 해는 시장금리 특히 장단기 금리차 추이를 보면서 자산 배분을 적절히 조정해가면 높은 투자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