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 앞에 전세자금대출 상담 전용 창구 안내문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고강도 대출규제를 하고 있는 정부가 전세자금대출·집단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대출 억제에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던 정부가 실수요자 피해 우려가 커지자 기존 관리 목표를 다소 완화한 것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14일 시중은행 임원들과 회의를 개최한 뒤 “서민층 실수요자의 전세대출이 중단되지 않도록 4분기(10~12월) 중에 취급되는 전세대출은 총량관리 한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현재 주택담보·전세·집단대출을 중단하고 있는 엔에이치(NH)농협은행은 오는 18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을 재개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이달부터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에 적용해온 5천억원 한도 제한을 풀기로 했다. 월별 전세대출 한도를 관리하던 우리은행은 한도를 추가로 배정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올해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을 ‘6%대’로 유지하도록 관리 중이다. 하지만 전세대출과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늘자, 하반기 들어 일부 은행이 총량 관리를 위해 전세자금대출·집단대출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6조5천억원 늘어 8월 증가폭(6조1천억원)보다 확대됐다.
이런 증가 속도 때문에 정부가 총량규제 기조를 이어갈 경우 연말에 대출 중단 도미노 사태로 입주 예정자나 전세 세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불안이 커졌다. 이에 정부가 총량관리 목표를 완화하면서 실수요자 우려 진화에 나선 것이다.
지난 3분기 은행권 전세대출이 월 2조5천억∼2조8천억원씩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총량규제 완화로 이달부터 연말까지 전세자금대출 여력이 8조원가량 확보됐다.
금융위는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4분기에 입주하는 사업장에서 총량규제에 따른 잔금대출 중단으로 입주하지 못하는 사례가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금감원·은행은 합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110여개 사업장의 잔금대출 취급 정보를 공유하며 대출 중단 사례가 없도록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위의 총량규제 완화 방침을 보고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전세대출과 잔금대출이 일선 은행지점 등에서 차질없이 공급되도록 금융당국은 세심하게 관리하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총량규제 완화와 별개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의 가계대출 관리 보완방안은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다음주 발표될 가계대출 추가 대책에 대해 “전세자금대출과 2금융권 대출 관리, 금융회사의 자체적인 가계부채 관리 강화 시스템 구축, 실수요자 보호 방안이 포괄적으로 들어갈 것”이라며 “내년 이후까지도 상환능력 범위에서 가계부채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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