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기본소득당 회의실에서 ‘기본소득과 결합한 조세·재정 개혁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유종성 가천대 가천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김신언 서울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
코로나19가 쏘아 올린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경험으로 기본소득의 가능성을 엿보게 되면서 기본소득 논의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급 규모나 기존 복지 체계와의 중복 등 아직 합의되지 않은 지점이 많지만, 이 중에서도 예산 확보 방식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보편적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은 가능할까.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도하는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기본소득당 회의실에서 ‘기본소득과 결합한 조세·재정 개혁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기본소득 재원 마련 방법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유종성 가천대 가천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월 50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재정 마련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는 “월 50만원을 지급하려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15%의 예산이 필요한데, 이 중 5%는 복지지출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올리는 재정지출구조 개혁으로, 나머지 10%는 증세를 통해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부자 증세만으로는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편 증세 도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보편 증세 방안으로 △근로소득공제, 인적공제,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등 소득세 비과세·감면 정비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 지급 효과를 내기 위한 기본소득 과세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모든 토지에 보유세를 정률로 과세 △순자산 20억원 이상을 가진 고액자산가 대상 누진적 부유세 도입 △평생 받은 상속·증여액 총액에 대한 누진적 과세 △탄소세·미세먼지 유발세 등 환경세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지디피의 10% 규모인 212조원가량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 교수는 “기본소득 도입과 더불어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소득비례 ‘소득보험’을 사회보장제도 개편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기존 고용보험과 공적연금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자영업자 등을 포괄하지 못하고 가입 기간이 짧은 저소득층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소득 불평등을 악화시키므로, 기본소득으로 모두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고 그 대신 고용보험과 공적연금은 소득에 비례해 지급하는 ‘소득보험’으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토론에서 “증세 논의 이전에 기존 재정구조 개혁이 우선시돼야 한다”며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근로소득공제 폐지 등으로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신언 서울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는 “현재 기본소득 주창자들이 제안하는 재원 마련 방식을 살펴보면 위헌 소지가 될 만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조세법 기본 원칙을 준수하면서 기본소득 논의를 이끌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사진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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