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지도선 선미와 밧줄 속 슬리퍼.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돼 북한 총격으로 숨진 공무원 ㄱ씨가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 선미의 모습과 무궁화10호 선상에 남아 있는 ㄱ씨의 슬리퍼(작은 사진). 인천해양경찰서 제공
어업지도선에 승선했다 실종된 뒤 북한 피격을 받고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ㄱ씨(남·47)와 관련해 해양수산부가 정황상 단순실족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을 내놨다.
24일 오후 열린 해양수산부의 온라인 브리핑 내용을 종합하면,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인 무궁화 10호 승선 직원들이 ㄱ씨 실종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지한 때는 21일 오전 11시30분께다. ㄱ씨는 21일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당직 근무였다. 당직 이후 개인 휴식을 가진 뒤 통상 점심 식사 때인 오전 11시 무렵에 모습을 드러내야 할 ㄱ씨가 보이지 않자 오전 11시30분께 이상 징후를 인지했다는 것이다. 동료 직원들이 자체 수색을 통해 ㄱ씨가 선내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하고 해경에 실종신고를 한 시각이 오후 12시50분이다. 해수부는 동료 직원들의 자체 수색 과정에서 무궁화 10호 선미 우측에 가지런히 벗어놓은 ㄱ씨의 슬리퍼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해수부 관계자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슬리퍼를 가지런히 벗어놓은 것으로 봐서 단순실족했다고 추측하기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어업 지도 과정에서 실족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당시 기상이 양호했으며 위험한 상황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해수부는 ㄱ씨의 자진월북을 뒷받침할 만한 동료 직원들의 전언이나 진술 등도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월북과 관련돼 동료 직원들과 관련 얘기를 나눴던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런 얘기를 한 사람이 전혀 없고, 증언도 당연히 없다”고 말했다.
ㄱ씨의 정확한 실종 시점과 관련해 당직 근무 중에 교대를 요청했다는 일부 보도가 나왔지만 동료 직원들도 실종 시점을 특정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당직 근무 당시 사라졌는지, 그 이후에 사라졌는지는 명확하게 단정이 안 된다”며 “직원들이 마지막으로 ㄱ씨를 본 시점에 대해서 해경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ㄱ씨의 구명조끼 착용과 관련한 의문에 대해서는 “작업 중에는 구명조끼를 입도록 돼 있고, 선내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는 경우에는 벗게 된다”며 “구명조끼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입게 된 경위는 조사해봐야 하며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ㄱ씨는 2012년 입사한 이후 8년째 서해어업관리단에서만 근무를 해왔으며, 지난 14일 무궁화 10호로 신규 발령이 났다고 해수부는 밝혔다. 어업관리단에 속한 어업지도선은 모두 40척으로 서해어업관리단에 13척, 남해어업관리단에 12척, 동해어업관리단에 15척이 속해 있다.
진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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