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마사카시 지역 살리기 협력대 청년 대원인 아카사카 데루야스(왼쪽)와 오카노 히로코.
“매일 정해진 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었어요. 하루하루를 제 손으로 만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오카노 히로코(32)는 지난해 4월 오카야마현 미마사카시 농촌 지역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지역 살리기 협력대원’으로 위촉됐기 때문이다. 지루한 삶에 대한 회의감을 떨쳐내려 내린 결심이었다. 농사를 짓고, 빈집을 개조해 공간을 만들고, 때때로 농촌 주민들의 일을 돕는 게 요즘 일과다. 가장 좋아하는 건 약사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자연 약초를 찾아 공부하는 일이다.
그를 포함해 미마사카 협력대원은 모두 35명. 자연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부모, 대학 시절 미마사카 봉사 활동 경험을 추억하며 온 청년, 행복을 찾아온 젊은 부부 등 모두 저마다의 꿈을 하나씩 안고 이곳을 찾아왔다.
또다른 협력대원인 아카사카 데루야스(31)는 ‘우에야마진’이라는 마을 소식지 편집부로 활동한다. 그는 농촌에서 젊은 일손이 필요하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협력대에 지원했다. 논에 출몰하는 멧돼지를 쫓는 일이 요즘 최대 관심사라는 그는 “도시에서 살다가 이곳에 오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정신적인 여유가 생긴 점에 만족했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낮은 출산율과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해 지난해 65살 이상 인구가 28%를 넘어섰다. 특히 지방 인구 감소가 심각해 내각마다 지방균형발전 목표를 내세우기도 했다. 도시 지역에서 인구과소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지역 살리기 협력대’ 정책도 이런 맥락에서 마련됐다. 도시 인재를 활용해 지방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지역 살리기 협력대원으로 위촉받은 대원은 해마다 우리 돈으로 4000만원가량의 지원금(급여와 활동 경비)을 받으며 1~3년간 활동한다. 지역 브랜드나 특산품을 개발해 홍보하고 판매하거나, 노인 돌봄, 거리 청소 등 주민 생활을 지원하는 일이 주요 활동이다.
미마사카 협력대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오카야마현 북동부에 있는 미마사카는 인구 약 3만명의 작은 농촌이다. 해발 고도가 높은 고원지대로, 8세기 나라 시대부터 ‘다나다 농법’(일본 전통 계단식 농법)이 발전했다. 한때 8000개 이상의 계단식 논이 경작됐으나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해지자 논은 전부 숲이 되어버렸다.
고령화로 황폐해진 미마사카의 농촌 풍경은 지역 살리기 협력대원이 들어오면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일본 전통 농법인 다나다 농법으로 논을 경작한다.
2010년, 지역 살리기 협력대원이 들어오고부터 미마사카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역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은 다나다 농법으로 쌀을 생산해 팔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 교류를 위해 빈 곳을 개조해 카페도 열었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삶의 방식이 들어왔음에도 갈등은 없었다. 임기가 끝나도 전·현직 협력대원의 교류와 지원이 지속하기 때문이다. 오카노와 아카사카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선배 협력대원들이 항상 ‘지역 주민과 함께해야 한다’고 귀가 따갑도록 조언했다”며 “이것이 기존 농촌 주민과 외부 협력대원이 잘 지내는 이유”라고 말했다.
2018년 총무성은 1061개 지방자치단체에서 5300여명의 협력대원이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신청 과정에 나이 조건이 없었는데도 대원 중 69.7%가 20∼30대였다. 2017년 조사에서는 협력대원 임기를 끝낸 2230명 중 1396명(63%)이 정주 또는 이주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무조건적인 지방 이주 장려가 아닌 지역에서 삶의 가치를 알게끔 돕는 정책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의 꿈을 묻자 오카노는 “자연에서 받은 은혜를 베풀어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며 “약초 공부를 통해 일본 의료 분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3년 임기가 끝나도 이 지역에 정착할 계획을 가진 아카사카는 “미마사카의 전통인 다나다 논을 지키면서 지역을 활성화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미마사카/글·사진 서혜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