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지역대학-지역발전 ‘운명공동체’…국공립대 통합 절실

등록 2019-10-03 05:01수정 2019-10-03 22:06

다시 균형발전이다 3부 3회
③잘 키운 대학 하나, 지역발전 초석

대학 서열화로 지역 쇠퇴
인서울 ‘최상위’ 지역대 ‘중하위’
지역 인재들 수도권으로 다 떠나
정부 지원금도 국립대 이름 무색
국공립대 통합, 국정과제서 빠져

단계적 국공립대 통합
대선 공약인데 국정과제선 빠져
거점 국립대들 자체적 통합 논의
“대학별 역량 차이로 당장 비효율
지역대 경쟁력 강화 뒤 통합해야”
대학 격차가 심화하면서 한국의 지역 경제도 침체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이른바 ‘서연고’(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는 명문대로서 공고히 자리 잡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지방 국립대도 명문대로서 그 지역의 고등 교육과 연구, 지역 발전에 기여해왔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면서 ‘인서울’(서울에 있는 대학)과 나머지 ‘지잡대’(지방대를 비하하는 말)로 명문대와 비명문대 구도는 뒤바뀌었다. 그사이 지방은 지속적으로 쇠퇴했고, 서울과 경기도의 인구는 각각 1천만명을 넘어 올해 안에 수도권 인구는 전체 인구의 50%를 돌파할 전망이다.

서울대학교 정문. <한겨레>자료사진
서울대학교 정문. <한겨레>자료사진
■ 고착되는 서울과 지방 대학의 서열

학원·대학입시 업체들이 내놓은 2019학년도 ‘정시 배치표(인문계 기준)’를 보면, 백분위(300점 만점) 280점 이상에 올라 있는 대학 가운데 지방 대학은 의예·한의예·치의예과를 빼면 한곳도 없다. ‘서연고’를 선두에 두고, 서울의 사립대가 뒤를 잇는다. 270점대부터 서울 사립대의 비인기 학과들이 배치되고 나서야 춘천교대, 대구교대 등 지방대 인기 학과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지방 국립대 가운데 명문으로 꼽히던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은 260점대부터 보인다. 이렇게 서울·수도권 최상위권, 지방대 중상위권·하위권의 서열이 고착되면서 지역 인재는 수도권으로 몰려왔다.

정부의 대학 지원금도 수도권-지방 대학의 서열을 부추겼다. <한겨레>가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교육부의 ‘2013∼2018년 비케이(BK)21 플러스 사업 지원 현황’을 보면, 주요 서울 사립대가 지방 국립대보다 해마다 1670억원가량의 지원금을 더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국립대 가운데는 비케이21 플러스 사업 지원금을 가장 많이 받은 학교는 부산대로 약 1002억8300만원이었다. 반면, 서울 사립대 가운데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은 연세대는 부산대의 126%에 이르는 1267억96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비케이 플러스 사업을 비롯해 대학혁신지원, 링크플러스(LINC+) 사업 등 정부의 2019년 대학 재정 지원 내용을 봐도, 상위 10개 국립대(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충남대 등)는 약 1695억5천만원을 받았고, 서울에 있는 상위 10개 사립대는 1941억900만원을 받았다. 서울 사립대가 지방 국립대보다 더 많은 정부 지원을 받은 것이다. 국립대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하는 정부의 잘못된 지원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라는 대안

지방 국립대와 서울 사립대 사이의 불균형을 깰 대안 가운데 하나가 2003년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팀이 제시한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방안이다. 내용을 보면, △서울대를 포함한 국립대를 하나의 통합 네트워크로 묶고 △일정한 수준의 사립대들을 이 네트워크에 편입시키며 △지방 국립대학을 몇 개의 캠퍼스로 재조직하게 돼 있다. 이런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국의 국립대와 공영형 사립대가 공동으로 입학생을 선발하고 공동 학위를 받게 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서울대를 뺀 지방의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2017년 5월 충북대에서는 9개 지방 거점 국립대 기획처장들이 모여 효과적인 대학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정책 연구를 정부에 제안하기로 했다. 같은 달 국공립대 총장협의회는 서울시립대에서 “적극적으로 대학체제 개편(통합 네트워크)에 참여하자”고 합의했다.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의 모델은 프랑스다. 프랑스는 1968년 혁명 이후 1971년부터 파리의 소르본 대학 등 대다수 대학을 국립화, 평준화하고 통합했다.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를 통과한 학생들은 전국의 모든 대학에 지원해 입학할 수 있다. 현재 파리엔 1대학(법학·역사학·철학)에서 13대학(법학·경제학·문예학·의학)까지 13개 대학이 있다. 물론 대학 통합 이후에 프랑스에서 대학 서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국립행정학교 등 엘리트 양성기관인 ‘그랑제콜’이 병렬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 문 대통령도 국공립대 통합 공약했지만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여러 차례 공약으로 제시됐다.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대통령 후보는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과정에서도 대학 서열화를 깨기 위한 대안으로 “국공립대학부터 공동입학·공동학위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를 만들자. 연합대학이라고 표현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5월 더불어민주당 누리집에 올린 ‘최종 공약집’에도 이 안을 넣었다. 그러나 2017년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는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대신 국립대, 지역 강소대학 집중 육성 등이 들어갔다.

그 결과로 정부 차원에서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정책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 <한겨레>가 교육부에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관련 추진 상황’을 문의해보니 교육부는 “국정 과제로 채택되지 않아 전담 부서가 없다”고 답했다. 박원호 서울대 협력부처장도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공립대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협력 네트워크는 현재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공동 학위를 주는 등 실질적 통합은 현재로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 국공립대, 단계적 통합으로 나아가야

대신 정부는 지난해 ‘(지방) 국립대학 육성 사업’ 정책을 내놓았다. 올해 국립대학 육성사업비는 1491억원 규모로 우선 거점국립대와 지역중심국립대에 차등 배분된다. 거점국립대는 학교당 평균 90억원, 지역중심대와 교대 등 중소규모 대학은 평균 12억원 안팎으로 받게 된다. 그러나 이는 지속성이 보장된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이 정기적인 지원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비케이21 플러스 후속 사업으로 논의되고 있는 비케이21 포(4) 사업은 기존의 ‘뿌려주기식 지원’ 대신 집중 지원을 통한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 육성을 내세우고 있다. 지원 사업의 선정 권역도 지역 구분 없이 전국으로 단일 권역화할 계획이다. 지역 균형발전보단 이미 연구 실적이나 시설 면에서 앞서 있는 대학들이 관련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지방 국립대학을 우선 지원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단계적으로 국공립대 연합 또는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김해영 민주당 의원은 “당장의 효율성만을 앞세우는 것은 지역대학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지역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을 육성할 때에도 국토균형발전의 관점 또한 중요한 요소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석 경상대 교수(일반사회교육과)는 “지금 당장 국공립대와 공영형 사립대를 연합·통합한다면 대학별 역량 차이가 커서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가 열악한 국공립대를 키우는 방향으로 투자해 국공립대별 격차를 줄인 뒤 연합·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끝>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명태균 모교 창원대 “선배님은 수치입니다”…윤 퇴진 대자보 1.

명태균 모교 창원대 “선배님은 수치입니다”…윤 퇴진 대자보

‘한국의 코스타 델 솔’ 꿈꾸던 시흥 거북섬…“유령섬이나 다름없죠” 2.

‘한국의 코스타 델 솔’ 꿈꾸던 시흥 거북섬…“유령섬이나 다름없죠”

명태균 변호인 “명씨 억울한 부분 있어 무료변론” 3.

명태균 변호인 “명씨 억울한 부분 있어 무료변론”

음주 뺑소니 대학생에 ‘출근길 참변’…사망사고 낸 뒤 “집에서 마셔” 4.

음주 뺑소니 대학생에 ‘출근길 참변’…사망사고 낸 뒤 “집에서 마셔”

한라산 4t ‘뽀빠이 돌’ 훔치려…1t 트럭에 운반하다 등산로에 쿵 5.

한라산 4t ‘뽀빠이 돌’ 훔치려…1t 트럭에 운반하다 등산로에 쿵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