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법무부 차관(사진 왼쪽), 조성욱 서울대 교수(오른쪽)
“검찰 출신이 위원장에 임명된다면 사실상 검찰이 공정위를 점령하는 것과 같다.”
공정위 직원들이 검찰 출신 차기 공정위원장 검토설에 ‘좌불안석’이다. 술자리에서는 “집단사표를 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옮긴 김상조 전 위원장 후임으로 조성욱 서울대 경영대 교수와 함께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유력 후보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모두 외부인사다. 공정위 출신으로는 내부개혁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정위는 ‘시장경제 파수꾼’ 역할을 맡아 왔지만, 국민의 신뢰 수준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상조 전 위원장도 이임식 때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내부 혁신 노력을 계속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차관은 법조계 안팎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는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한 검찰 출신 인사는 “원칙을 중시하고 균형감도 돋보인다”며 “출세를 위해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했다. 공정위 법률자문관 2년 경력만으로는 공정거래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역대 위원장이 꼭 전문가였던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조 교수도 이 분야의 전문가라고 보기 힘들다. 위원장은 전문성보다 균형있는 판단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다만 김 차관 개인이 아니라 ‘검찰 출신’이라는 데에 걱정하는 시각이 많다. 공정위와 검찰은 오랜 갈등의 역사를 갖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전두환 정권 때인 1980년 제정됐다. 한 전직 공정위 부위원장은 “검찰은 법집행을 주도하기 바랐지만, 정부는 경제사안을 검찰이 좌지우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경제기획원에 맡겼다”며 “살인·절도는 무조건 위법이지만 공정위 사건은 정밀한 경제분석이 필요한데, 무조건 사법적 잣대로만 판단하면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후 끊임없이 전속고발권(공정위가 고발해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제도) 폐지 또는 약화를 시도했다. 1996년 공정위 간부 수뢰사건도 검찰의 ‘기획’으로 의심하는 시각이 공정위 안에는 많다. 그해 공정거래법이 개정되어, 중대하고 명백한 사건이나 검찰총장의 요청이 있는 사건은 공정위 고발을 의무화했다.
지난해 검찰은 공정위 출신의 재취업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전직 위원장 3명을 포함해 전현직 간부 12명이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법원은 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실형선고는 1명에 그쳤다. 공정위 안에서는 “처음부터 무리한 수사”, “전속고발권 폐지를 위한 의도적 수사”라는 불만이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와 검찰은 국정과제인 전속고발권 폐지 방식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여왔다.
공정거래사건의 처리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1890년대 공정거래법(셔먼법)을 처음 도입할 때 법무부가 담합사건 등을 주도했다. 하지만 검찰이 경제사건을 맡는 데 따른 부작용이 커지자 1910년대 연방거래위원회를 신설해 역할을 분담시켰다. 일본은 경쟁법 집행을 검찰 대신 ‘공취위’에 맡기고 전속고발제를 도입했다. 대다수 유럽국가와 중국은 형사처벌 조항 자체가 없다. 한국은 일본모델을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대형로험 및 기업과의 유착 의혹, 솜방망이 처벌 논란 등이 불거지고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며 전속고발제 개선 요구가 높아졌다.
이해상충 관계에 있는 검찰 출신을 공정위원장으로 기용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에 대해 검찰 수사의 공정성 논란을 우려하는 것과 유사하다. 공정위의 독립성을 위해 임기제까지 도입한 취지도 훼손될 수 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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