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TV조선〉이 대우조선 청탁로비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014년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효성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이른바 ‘청탁성 논평’을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정상적인 확인 절차를 거쳐 논평이 이뤄졌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 수사자료인 박 전 대표의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유출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TV조선은 지난 2일 박수환 전 대표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2014년 6월26일 박씨가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에게 김 실장(당시 경제개혁연대 소장)과의 오찬약속을 알려주었고, 7월20일 김 실장에게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이름과 전화번호가 담긴 예약확인 문자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TV조선은 또 8월19일 한 매체가 장남 조현준 사장의 비위 의혹을 보도하자, 경제개혁연대는 다음날 바로 “조석래 회장과 장남이 효성그룹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논평을 냈고, 김 실장이 박씨에게 논평 사실을 통보하자, 박씨가 이를 조 전 부사장에게 그대로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에 대해 “일이 잘 됐다”고 격려하면서, “마음만 받으신다고, 물건은 안받으신다고 한다”고 박씨에게 문자를 보내 김 실장에게 선물 제공을 시도한 정황도 엿보인다고 보도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부친인 조석래 회장과 형인 조현준 사장의 경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갈등을 빚었고, 형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3일 이에 대해 “언론보도나 제보가 있을 경우 관련자들을 직접 만나는 등 내용 확인을 거쳐 중요 사안에 대해 논평을 하는 것은 정상적인 절차”라며 “외부청탁을 받고 논평을 내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언론에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으나,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논평은 〈SBS〉가 “노틸러스효성이 과거 조현준 사장이 설립한 홍콩 페이퍼컴퍼니에 2008년부터 4년간 백만달러 이상의 경영자문료를 지급했다”고 폭로하고,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 중이던 조 사장의 세부 법인카드 사용처를 공개한 데 따른 것이었다. 또 경제개혁연대는 2014년 8월 논평 이전인 1~5월에도 효성그룹 총수일가 비리와 관련해 “조석래 회장 일가의 효성 이사 선임에 반대한다”를 포함해 모두 5건의 논평을 발표했는데, 모두 김 실장과 조 전 부사장이 만나기 이전에 나온 것이다.

TV조선이 보도한 박 전 대표의 문자메시지 내용은 지난 1~2월 박씨와 <조선일보> 간의 기사 거래를 폭로한 <뉴스타파>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 관계자는 “우리도 박씨 문자메시지에 김 실장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청탁 의혹 등) 특별히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고 판단해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만약 의혹이 있었다면 우리가 먼저 보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TV조선이 보도한 박 전 대표 문자메시지는 검찰의 수사자료라는 점에서 입수경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검찰이 어떤 의도를 갖고 해당 자료를 언론에 유출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를 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 후임 공정위원장에 검찰 출신 인사 유력설 등 최근 현안과 관련해 청와대 견제용 또는 김상조 실장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보도와 관련 “경제개혁연대가 (TV조선을 상대로) 명예훼손소송 등으로 대응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이완 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