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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CJ그룹 3세 승계 10년간 ‘4단계 은밀한 작전’

등록 2019-04-30 15:00수정 2019-04-30 20:32

Weconomy | 재계 인사이드
1단계 이재현 회장 주식 증여·매각 3세 지분 확보
2단계 3세 소유 SI업체에 ‘일감 몰아주기’ 지원
3단계 지주회사 지분 확보로 지배권 장악 교두보
4단계 이 회장 ㈜CJ 지분 상속·증여 지배권 확보
과거 삼성·현대차·SK 등 재벌 승계수법 ‘총동원’
3세들 지분 많은 씨앤아이레저 활용 여부도 관심
이 회장 건강문제 등으로 승계 속도 빨라질 전망
그래픽_고윤결
그래픽_고윤결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선호(29) 씨제이제일제당 부장과 딸인 이경후(34) 씨제이이앤엠(ENM) 상무가 그룹 지주사인 ㈜씨제이의 지분을 확보·확대하면서, 씨제이의 3세 승계작업이 본격화됐다. 씨제이의 3세 승계작업은 10년 전인 2010년부터 치밀한 계획 속에 은밀히 진행됐다. 이 회장 개인소유의 비상장 시스템통합(SI)회사 주식 증여, 그룹 차원의 일감몰아주기, 지주회사의 SI회사 인수를 통한 3세 지분 확보 등은 지금까지 삼성·현대차·에스케이(SK) 등 주요 재벌이 경영승계와 지배력 확보 과정에서 보여줬던 수법들과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씨제이 3세 승계 과정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첫번째 3세 지분확보 단계는 이 회장이 2010년 아들·딸에게 방송송출업체인 씨제이파워캐스트 지분을 각각 24%, 12%씩 매각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2014년 12월1일 그룹 SI업체인 씨제이시스템즈 지분 15.91%를 아들에게 증여했다. 하루 뒤에 씨제이씨스템즈가 씨제이올리브영과 합병해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이하 네트웍스)로 바뀌면서, 선호씨는 네트웍스 지분 11.3%를 손쉽게 손에 넣었다.

두번째는 3세 지분 확대 및 일감몰아주기 단계다. 이 회장은 2015년 자녀들에게 각각 네트웍스 지분 4.54%를 증여했다. 또 선호씨와 경후씨는 2016년 삼촌인 이재환 대표로부터 씨제이파워캐스트 지분을 매입한 뒤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 지분과 교환했다. 이를 통해 선호씨의 네트웍스 지분은 17.97%, 경후씨의 지분은 6.91%로 늘어났다.

선호씨와 경후씨가 네트웍스의 지분을 차근차근 늘려가는 사이 네트웍스는 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지원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씨제이시스템즈와 올리브영의 매출 합계는 합병 직전인 2013년 7300억원이었지만, 5년 뒤인 2018년에는 3배 가까운 2조800억원으로 커졌다. 내부거래는 2013년 2195억원에서 2017년 3560억원(매출 대비 20%)으로 1.6배로 늘었다.

세번째 지주회사 확보 단계는 지난 29일 네트웍스를 정보기술(IT) 부문과 올리브영 부문으로 분할한 뒤 IT부문을 ㈜씨제이의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대신 주주들에게는 IT부문 주식을 ㈜씨제이 주식으로 교환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선호씨는 지주회사인 ㈜씨제이의 지분 2.8%를 확보하며, 그룹 지배권 장악을 위한 교두보를 구축했다. 경후씨 지분도 1.2% 추가됐다.

네번째 3세들의 지배권 확보 단계는 이 회장이 ㈜씨제이 지분 42.07%를 자녀들에게 증여·상속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씨제이 임원은 “이선호 부장의 ㈜씨제이 지분은 2.8%에 불과해 지배권 확보는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증여 또는 상속받아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3세 승계 준비가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2013년 이후 속도를 낸 점과 이 회장의 건강문제를 고려할 때 4단계 작업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과정에서 선호씨 등 3세들이 대주주로 있는 씨앤아이(C&I)레저산업의 활용 여부도 관심거리다. 선호씨와 경후씨는 골프장 운영업체인 씨앤아이레저산업의 지분을 각각 51%, 24% 갖고 있다.

씨제이의 3세 승계 과정에서 총수가 자녀에게 주식 또는 현금을 증여해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확보하는 수법은 과거 삼성과 판박이다. 비상장 계열사 주식은 경영세습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됐다. 또 총수 지분이 많은 SI업체를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키우는 수법은 삼성에스디에스, 에스케이씨앤씨, 한화에스앤씨와 닮은꼴이다. SI업체를 지주회사와 합병·인수시켜 지주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늘린 것은 에스케이㈜와 에스케이씨앤씨의 합병과 유사하다.

경제개혁연구소 관계자는 “씨제이의 3세 승계 과정에는 그동안 재벌들이 동원했던 수법들이 총동원됐다. 다만 지주회사와의 합병·인수단계 이전에 계열사간 합병과 주식교환을 통해 3세들의 지분을 늘린 것은 새로운 수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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