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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MB·박근혜 정부, 재계 반발에 ‘제조업 수술할 기회’ 차버렸다

등록 2019-01-15 05:00수정 2019-01-15 10:44

새해기획/제조업 패러다임 바꿔야 산다③
노사관계·산업정책, 대전환해야

대-중기 ‘전속거래’ 폐단에 주목
불공정 거래구조 차단 나섰지만
재계 반발에 정부 혁신 의지 부족

“정부 직무유기로 총체적 위기로”
MB정부 전속거래 대책 보고서
실태 조사 벌였지만 흐지부지

박근혜정부도 전속거래 개선안
삼성전자·현대차·두산 반발에 중단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불공정한 제조업 생태계를 혁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재계의 반발과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무산됐다.”

국내 주력 제조업이 총체적인 경쟁력 위기 상황에 직면한 데는 ‘정책 부재’가 한몫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압축성장 시대 수직 계열화와 수출 대기업 위주의 낡은 전략에 기대어 구조적인 생태계 혁신을 방치한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와 재계에서는 제조업 구조 개혁이 재계의 반발과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번번이 발목을 잡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재계의 말을 종합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최소한 3차례 이상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의 전속거래에 기반한 불공정 거래구조 개선 등 생태계 혁신 대책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첫번째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등 대기업 위주 경제 정책을 내걸고 출범했으나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경제정책 기조를 일부 선회했다. 2010년 9월 ‘공정경제·동반성장’을 주장하며 공정거래 질서 확립,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 등을 중심으로 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동반성장 추진대책 발표 4개월 전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런 변화를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섰다. 당시 산업연구원 송병준 원장을 직접 불러 자동차·전자·기계·조선·철강 등 5대 주력 제조업의 전속거래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 전속거래는 완성업체가 부품·협력 업체에 자기하고만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관행이다. 산업연구원은 5대 업종 800여 1차 협력업체에 대한 대규모 실태 조사를 벌였고, 이를 토대로 대기업과 1차 협력사 간, 대기업 계열 부품사와 1차 협력사 간 이익률 격차 등 불공정 실태와 함께 전속거래 개선 방안을 담은 중간 보고서를 마련했다. 하지만 최 장관은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차 이하 협력사도 함께 분석할 것을 요구했고, 산업연구원은 자료 확보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최 장관은 보고서 자체를 없던 일로 처리했고, 결국 정부의 동반성장 추진 대책에 전속거래 개선 대책은 한 줄도 포함되지 않았다.

두번째 기회는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이었다. 윤상직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산업연구원에 최경환 전 장관 시절과 똑같은 취지의 조사 연구를 요청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는 3년 전 유사한 불공정 하도급 거래 실태가 담겼고, 산업부는 이를 토대로 전속거래 개선 대책을 수립하고 보도자료까지 작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발표 하루 전날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계획이 취소됐다.

세번째 기회는 박근혜 정부 후반기인 2016년 초였다. 박근혜 정부 초기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낸 주형환 당시 산업부 장관은 취임 직후 산업연구원 관계자들을 불러 “청와대에서 일할 때부터 전속거래를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산업연구원은 자동차·전자·기계·철강 등 4개 업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수출 확대를 위해 ‘협력업체의 거래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 등을 담은 개선안을 보고했다. 산업부는 같은 해 3월 서울 구로동 구로호텔에서 30대 재벌과 공기업을 대상으로 이 개선안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정책 결정 직전 단계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청취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재계의 강한 반발이었다. 당시 한 간담회 참석자는 “삼성전자가 ‘전속거래 금지로 협력업체가 미국 애플과도 거래해 삼성 스마트폰보다 더 좋은 아이폰을 만들면 누가 이득이냐’고 주장하며 반대했다. 자동차와 기계 업종을 각각 대표해서 나온 현대차와 두산도 삼성에 동조했다”고 말했다. 이후 산업부는 별다른 설명 없이 개선안 추진을 중단했다.

경제·산업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국내 제조산업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고도 시간만 낭비하다 지금의 위기를 키워왔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불공정 거래 조사·연구를 주도해온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정부의 대책 마련이 흐지부지된 것은 모두 대기업의 반대와 정부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자동차 등 제조 부품산업의 위기는 10여년째 정부의 직무유기로 빚어진 예고된 재앙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에 바꾸지 못하면 영원히 못 바꾼다’는 의지를 갖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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