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기획 / 제조업 패러다임 바꿔야 산다③
전략 공유하는 회사, 생산성 높이는 노조
회사·노조 협력해야 미래 있다
“노사합의 문화 없이 혁신 어려워”
노사 모두 “협력해야” 외치면서
경쟁력 전략 싸고 몇 년째 설전만
사 “나이 든 노조원 꿈쩍도 안해”
노 “회사, 파트너 인정하려 안해”
10시간 맞교대→8+8 교대제 전환
현대차 노사 ‘타협’ 이른 적 있어
전기차 시대엔 고용 위기 ‘시한폭탄’
“노사가 전환 배치·실업 대책 마련을”
전략 공유하는 회사, 생산성 높이는 노조
회사·노조 협력해야 미래 있다
“노사합의 문화 없이 혁신 어려워”
노사 모두 “협력해야” 외치면서
경쟁력 전략 싸고 몇 년째 설전만
사 “나이 든 노조원 꿈쩍도 안해”
노 “회사, 파트너 인정하려 안해”
10시간 맞교대→8+8 교대제 전환
현대차 노사 ‘타협’ 이른 적 있어
전기차 시대엔 고용 위기 ‘시한폭탄’
“노사가 전환 배치·실업 대책 마련을”
“정부 지원만 요구하고 노사 스스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요?”(이상호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
정부와 업계가 구조적 위기에 처한 국내 전통 제조업의 부활을 위해 다양한 혁신 전략을 논의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노사 협력’이라는 게임의 룰이 정착하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라고 지적한다. 환자의 회복 의지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약도 효과를 보기 힘든 것처럼 경쟁력 약화와 부실이 겹쳐 공멸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노사가 갈등과 대립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정부 지원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노사 협력만 된다면 해법을 찾을 수 있는 해묵은 과제가 수두룩하다. 전문가들은 대표 주자인 현대차 노사가 고용을 계속 유지하려면 국내 공장을 부가가치가 높은 신차 개발 및 생산 허브로 키워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공장의 생산성과 경쟁력 확보가 선결 과제인데, 현대차 노사는 국내 공장의 생산성과 임금이 해외 공장보다 경쟁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몇년째 설전만 벌이고 있다. 차가 잘 안 팔리는 공장의 인력을 잘 팔리는 공장으로 재배치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부품 협력업체들의 목을 죄어온 불공정 하도급 거래를 개선하고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것 역시 노사 협력이 필수적이다.
노사가 협력의 필요성을 모르는 건 아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초 △국내외 공장의 생산성 및 임금 비교를 위한 실사팀 파견 △적기 생산과 품질 향상 노력에 협조 △본사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중소 협력업체 임금을 더 많이 올리는 ‘연대 임금’ 실시 등을 회사 쪽에 제안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 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독일 등 제조업 선진국과 달리 ‘합의 전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노사 간 상호 불신이 최대 장애 요인이다. 익명을 요청한 현대차 임원은 “노동조합원의 평균 나이가 50살이다. 조합원 상당수는 공장 문을 닫기 전에 먼저 정년이 차서 나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노사 협력이 되려면 회사가 먼저 노조를 대등한 대화 파트너로 인정해야 하는데, 논의에 필요한 경영 자료를 요구하면 숨기기에 급급하다”고 반박한다.
노사 협력 사례가 드물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근무 형태 변경으로 의제가 국한되긴 했지만 현대차 노사는 2006년과 2011년 두차례에 걸쳐 외부 전문가와 함께 ‘노사협력 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과거 2개 교대조가 10시간씩 맞교대를 하던 ‘10+10 주간 연속 2교대제’를 ‘8+9 교대제’를 거쳐 ‘8+8 교대제’로 바꿨다. 노사 합의로 심야 노동을 없애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당시 전문위에서 활약한 박태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은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노조가 생산성 향상을 통한 생산량 보전에 협력하고 대신 회사는 임금 보전을 하는 타협을 이뤘다”고 말했다.
한국이 독일처럼 노사 협력이 가능하려면 ‘사회적 조건’을 마련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독일 노동자가 임금 축소에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까지 무상교육 등 튼튼한 사회복지 시스템과 안전망이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노동자는 해고되면 당장 생계와 교육비 걱정을 할 수밖에 없어 쉽사리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축소를 양보하기 쉽지 않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노동 유연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했다.
때맞춰 현대차 노사는 최근 위기 극복을 위한 협의 기구를 추진중이어서 기대감을 낳고 있다. 현대차 고위 임원은 “미국이 한국 차에 관세를 부과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노조와 구조조정을 놓고 전쟁을 벌이면 공멸한다. 경쟁력 제고와 고용 안정을 위해 노사가 협력해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도 “지난해 초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 사태가 발생했을 때 현대차도 몇년 안에 위기가 올 것이라고 걱정했는데, 불과 1년도 안 돼 현실화됐다”며 “비록 늦었지만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가슴을 터놓고 지혜를 짜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시대에는 대규모 고용위기에 처할 수 있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엔진·변속기 등 내연기관 부품의 30~40%가 필요 없게 되면, 일자리도 그만큼 함께 사라진다. 독일의 경우 2025년까지 전기차·수소차 등이 전체 자동차 시장의 25%를 차지한다는 전제로 내연기관 생산에 종사하는 20만명 가운데 35%(7만명)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 역시 노사 협력을 서두르지 않으면 별다른 준비 없이 더 큰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은 “우리도 충격을 줄이려면 사전 직무교육을 통해 내연기관 분야 노동자를 미래차 분야에 전환배치하고, 나머지 실직자는 별도의 실업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미래차 전략부터 노조와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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