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독일의 폴크스바겐 공장 생산라인에서 한 노동자가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세계 자동차업계 1·2위를 다투는 독일 폴크스바겐 노사는 2016년 말 ‘미래 협약’을 체결했다. 배출가스 조작 사건(디젤게이트)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고 전기차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사협약이었다. 전세계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일하는 60만명 중에서 5%(3만명)를 강제퇴직 없이 자연감소를 통해 줄이고, 여기서 절감한 돈으로 전기차 등 미래차 기술 개발과 공장 건립 등에 투자하는 게 협약의 핵심이다. 폴크스바겐은 2025년까지 자동차 판매량의 25%를 전기차로 대체할 계획이다. 위기에 처한 노사가 ‘고용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회사의 미래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빅 딜’을 선택한 것이다.
독일은 위기 때마다 노사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1980년대 중반 ‘노동시간 단축’ 합의가 대표적이다. 독일은 노사 자율협약을 통해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에서 35시간으로 단계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노동시간 저축제’를 도입했다. 이는 연장근로를 했을 때 임금(수당)을 받는 대신 사후적으로 휴가를 사용하는 제도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은 “회사는 연장근로 수당을 주지 않아 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고용을 유지하고, 노동자는 고용안정을 얻는 대가로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감소를 양보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의 이런 전통은 폴크스바겐 노사의 1993년 ‘생산 입지와 고용안정 대타협’, 2001년 ‘아우토 5000’ 프로젝트 합의를 거쳐 ‘미래 협약’으로 이어졌다. 1993년 대타협은 공장의 해외 이전 및 3만명 해고 계획과 노동시간 20% 단축 및 임금 10% 이상 축소를 노사가 교환했다. ‘아우토 5000’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본사 임금의 80% 수준으로 5천명의 실업자를 고용할 자회사를 신설하는 데 합의했다.
이런 노사협력은 상생으로 이어졌다. 폴크스바겐은 2000년대 자동차 업황이 회복되자 기존 숙련 인력을 이용해 즉각 생산물량을 확대함으로써 큰 이익을 얻었다. 노동자들은 근로시간이 다시 늘어나고 임금이 증가했다. ‘아우토 5000’ 공장도 미니밴 투란과 스포츠실용차(SUV)인 티구안의 잇단 성공으로 임금이 본사 수준으로 오른 데 이어 2009년에는 아예 본사와 합병했다.
독일 노사협력의 핵심은 ‘임금보전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유연성 확보를 통해 경쟁력 제고와 고용안정을 동시에 이룬 것이다. 독일이 라인강의 기적을 통해 제조업 강국의 자리를 지키는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태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은 “독일의 노사 대타협처럼 우리나라도 고용안정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사가 협력하는 전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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