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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KT&G 사장인사 권력개입 ‘흑역사’ 진상은?

등록 2019-01-07 13:24수정 2019-01-14 14:47

[재계 인사이드]
박근혜 정부, 2013년 민영진 사장 재선임 포기 압력
거부하자 경찰 비리혐의 수사 이어 검찰 구속·기소
1·2·3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청와대 하명수사’ 논란
백복인 사장, 2015년 첫 선임 때부터 권력개입 곤욕
2018년 재선임 주총 때 기업은행 연임 반대 ‘파란’
신재민 사무관 내부문건 제보…“청와대 지시” 폭로
정권 교체기마다 ‘권력 개입’ 포스코·KT와 닮은꼴
권력개입 거부…전문성·역량 있는 사장선임 ‘차별성’
정부지분 있는 기관들 합리적 의결권 행사기준 필요
※ 그래픽을(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로 2018년 청와대와 기재부의 케이티앤지(KT&G) 사장 인사개입 의혹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케이티앤지가 2002년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뒤 포스코·케이티(KT)와 마찬가지로 정권 교체기마다 권력개입으로 홍역을 치른 ‘흑역사’에 관심이 모아진다.

백복인 사장의 전임자인 민영진 사장은 재선임 과정에서 권력개입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는 민 사장이 3년 임기를 마치고 2013년 3월 주총에서 연임을 추진하자 포기를 요구했다. 민 사장이 이를 거부하고 2013년 3월 주총에서 재선임되자 권력의 탄압은 본격화했다.

경찰은 민 사장을 겨냥해서 비자금 조성과 금품수수 혐의 수사에 착수해 2013년 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어 검찰은 2016년 1월 민 사장을 부하 직원과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및 뇌물공여)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민 사장은 검찰수사 중이던 2015년 7월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되면서, 청와대 하명에 따른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백 사장도 2015년 10월 민 사장의 중도사퇴로 열린 임시주총에서 처음 사장으로 선임될 때부터 순탄치 않았다. 케이티앤지의 전직 임원은 “당시 박근혜 정부가 특정 외부인사를 민다는 소문이 돌고, 백 사장과 경쟁했던 전직 임원도 정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고 다녔으나, 백 사장이 주총에서 지지를 얻었다”라고 회상했다.

박근혜 정부의 탄압은 이후 노골화했다. 검찰은 2016년 백 사장을 광고기획사로부터 수주 및 계약 유지를 도와주는 대가로 5500만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기소했다. 그러나 1·2심 법원이 모두 무죄를 선고하자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또다시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백 사장은 2018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사장 중임 전통과 무난한 경영실적에 힘입어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2017년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관련 분식회계 논란에 이어, 2018년 2월 주총을 코앞에 두고 2대주주인 기업은행(지분 7.5%)이 이례적으로 연임에 반대했다. 기업은행은 사장후보추천위가 외부인사를 후보자격에서 배제하고, 공모기간도 짧아 추천과정에 문제가 있고, 분식회계 논란도 있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구인 아이에스에스(ISS),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기업지배구조원이 모두 반대 명분이 약하다며 백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티앤지 안팎에서는 정부가 특정 여권 정치인을 민다는 소문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민간기업 인사 불개입 원칙’에 반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백 사장은 주총에서 70%가 넘는 높은 찬성률로 재선임됐다. 케이티앤지 전 임원은 “박근혜 정부가 백 사장을 죽이려고 온갖 탄압을 하다가 실패했는데, 정권교체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까지 쫓아내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케이티앤지 홍보실은 7일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할 말이 없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주총 두달 뒤인 지난해 5월 기재부가 주총을 앞두고 케이티앤지의 동향을 파악한 내부문건이 <문화방송>을 통해 보도되면서, 정부개입 의혹이 불거졌다. 문건에는 기업은행을 통한 우회적인 사장선임 개입, 사장후보추천위 명단·절차 공개, 외국인 주주 설득, 금감원의 경영비리 조사 등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기재부는 처음에는 실무자가 윗선 보고 없이 단순 동향파악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재민 전 사무관이 최근 자신이 문건 제보자라고 고백하며 청와대 지시 및 윗선보고를 폭로하자, 기재부는 담배사업법에 따른 정상적 경영현황 파악이라고 말을 바꿨다.

일부에서는 기업은행이 2대주주로서 주총안건에 의견을 낼 수 있고, 기업은행의 대주주인 정부도 기업은행을 통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반대가 정부의 ‘낙하산 인사’ 방침에 따른 것이라면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이은정 회계사는 “문재인 정부가 과거처럼 검찰 수사 등을 동원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은행의 반대도 투자자로서 합리적 판단에 따른 독자적 결정으로 보기 힘들다”라며 “기업은행처럼 정부지분이 있는 기관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권력의 자의적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티앤지가 2002년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이후 정권 교체기마다 권력의 인사개입 논란이 불거진 것은 포스코·케이티와 닮은꼴이다. 하지만 케이티앤지는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역량이 인정된 내부인사를 사장으로 뽑아 차별성을 보였다. 그 비결로는 최고경영자 자격으로 경영역량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꼽힌다. 케이티앤지 관계자는 “사장선출제도에서 다른 기업과 큰 차이는 없다”라며 “담배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경영역량을 갖춘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구성원의 인식과 기업문화가 강하다보니,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와 사장후보추천위에도 그런 전통이 스며든 것 같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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