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일본·미국 등 선진국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부활 산업정책을 일제히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들 역시 ‘일터 혁신’이 그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제조업 전략을 수정했다. 연구개발과 디자인, 금융·법률·회계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활동은 국내에 남기고, 제조 공장은 아시아 등 저임금 국가로 이전하는 ‘비교우위 전략’의 부작용에 따른 변화였다. 미국은 제조 산업의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2001~2011년 10년 동안 제조업 일자리가 5백만개나 줄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기존 전략의 폐해를 반성하며 제조업 우선 전략을 표방했고, 제조업 일자리는 2010~2017년 1백만개가량 증가했다. 전체 산업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의 핵심은 유능한 숙련 인력 등 이른바 ‘산업 공유자산’의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이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공유하며 활용하는 ‘경험지식’과 ‘숙련기술’ 자산이 쇠퇴하면 제조·납품 공급망이 함께 무너지면서 산업 전체가 쇠락한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수많은 부품·소재 업체가 아시아로 이전하면서 최종 완성재 생산업체가 동시에 경쟁력의 위기를 맞은 바 있다.
다른 선진국의 제조업 전략 역시 ‘유능한 노동력’과 이를 위한 ‘일터 혁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독일의 혁신적 작업조직, 영국·아일랜드·핀란드의 일터 혁신 프로젝트, 벨기에·네덜란드의 사회적 혁신 등이 대표적이다. 독일의 ‘산업4.0’ 제조업 부흥 전략에는 스마트 일터를 표방한 ‘노동4.0’ 전략이 결합되면서 상호보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본은 제조 현장에서 수십년간 축적된 기능·기술을 청년 후속 세대가 계승하는 ‘모노즈쿠리(장인정신) 전략’을 추진 중이다.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의 품질·관리 정책은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기술·품질 개선을 중시하는 ‘현장의 힘 향상’이 핵심이다.
선진국의 경험과 전략은, 제조 기지를 동남아·중국 등으로 이전하면서 국내 고용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국내 제조업 역시 열처리·단조·주조·금형 등 여러 산업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이른바 ‘뿌리산업’이 쇠퇴하면서 자동차·기계·항공기·전기전자 등 제조업 완성업체 전반의 경쟁력 하락이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뿌리산업은 숙련도가 높아질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임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탓에, 청년층 등 후속 세대가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숙련 인력은 점차적으로 은퇴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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