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용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분야에 대해 “더욱 다양하고 강력한 대책” 마련을 주문하면서, 향후 정부 일자리 대책의 방향과 예산 투입 규모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일자리 예산 38조원을 쓸 예정인데, 상대적으로 정책 효과가 덜 나타난 분야에 재정을 더 많이 풀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임시·일용직과 중년층, 영세 자영업자 등에 대한 지원이 보강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고용노동부와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정부는 지난해부터 올 연말까지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예산’(일자리 예산)을 38조원 편성했다. 여기서 ‘일자리 예산’이란 직접 일자리 창출과 직업훈련, 고용알선 및 상담, 창업지원, 실업 소득 유지 등에 쓰이는 정부 예산을 의미한다. 지난해의 경우 본예산 17조1천억원과 추가경정예산(추경) 1조원을 합친 18조1천억원이 쓰였고, 올해는 본예산 19조2천억원에다 청년일자리 대책을 위한 추경 8천억원 등 20조원이 잡혀 있다.
그동안 일자리 예산의 초점은 주로 청년이나 노인 등에 맞춰져왔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추경안을 발표하며 ‘노인 일자리 3만개 확대’ ‘공무원 1만2천명 추가 채용’ 등을 앞세웠다. 이후 올해 본예산에서 노인일자리는 지난해보다 7만7천개 늘었고, 중소기업 청년 추가고용지원과 공무원 3만명 증원 등 청년 취업을 지원하는 대책들이 나왔다. 올해 4월 발표된 추경안에선 청년과 중소기업의 미스매치 해소가 가장 큰 정책목표였다. 실제 본격적으로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연령대인 20대 후반(25~29살)의 7월 고용률(인구 대비 취업자 수 비중)은 71%로 한해 전보다 1.8%포인트 올랐다. 또 65살 이상 노인 고용률도 지난해 9월 이후로 증가 추세(전년동기비)를 보이고 있다.
이에 견줘 주로 제조업 생산직과 건설업, 영세 자영업 등에 포진한 임시·일용직과 40~50대 중년층은 고용위기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그나마 올해 추경에 포함된 고용위기지역 대책도 실효가 크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당장 생계비를 확보해야 하는) 비정규직 가운데는 추경 주요 사업인 전직 훈련 기간을 버티기 어려운 이들이 많고, 용접 노동자들의 전직 통로인 건설플랜트 쪽도 최근 침체를 겪고 있어 고용 사정이 나아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고용지표 악화의 핵심으로 꼽히는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등이 몰려 있는 울산과 전북의 취업자 수는 지난달 각각 1만9천명, 6천명씩 줄어들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40~50대의 경우 기본적으로 고용률이 80% 가까이 되는 등 우리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연령대다. 청년·노인을 겨냥한 정책과는 다르게 이들이 종사하고 있는 산업에 대한 지원정책을 제대로 펴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형태로 노동시장에 놓여 있는 40~50대의 특성상 연령별 대책보다는 주로 포진하고 있는 산업, 종사상 지위에 따른 특성을 반영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부는 지난 7월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임시·일용직과 영세 자영업자를 주요 정책 대상으로 삼았지만 재정 정책이 병행되지 못한 탓에 대부분 사업들이 내년 이후 시행되거나 제도적 보완책을 손질하는 수준에 그쳤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고용위기 상황에서 적극적 재정정책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 궁극적으로 사회안전망 강화나 전직 지원이 필요하지만, 임시·일용직 등 당장 일자리를 잃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최근 언급한 ‘생활 에스오시(SOC)’ 사업을 조기 집행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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