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최근의 ‘고용 부진’과 관련해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또 최근 ‘엇박자’ 논란을 빚은 청와대와 정부를 겨냥해 “직을 건다는 결의”로 종합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고용 악화에 따른 민심 이반을 경계하면서,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엔 경제정책 투톱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머리발언에서 “고용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정부는 고용위기 해소를 위해 좋은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의 중심에 놓고 재정과 정책을 운영해왔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최근 몇달 동안 부진을 이어온 고용상황과 관련해 ‘정책적 책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1호 업무지시’로 내놓고,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설치하는 등 일자리 문제를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고용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급기야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한해 전보다 5천명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가 이어지던 2010년 1월 1만명 감소를 기록한 이후 8년6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당·정·청은 전날 ‘고용쇼크’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부총리의 이견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단기간에 일자리 사정이 나아질 조짐마저 불투명한 가운데, 정부의 경제정책이 신뢰를 잃고 결과적으로 민심이 등을 돌릴 경우 국정운영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은 최근의 고용 악화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 때문이라는 일각의 비판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고용상황이 좋아지는 분야와 연령대가 있는가 하면 고용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분야와 연령대가 있다. 인구와 산업구조 조정, 자동화와 온라인 쇼핑과 같은 금방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 연령대인 20대 후반 청년(25~29살)과 노인(65살 이상)의 고용률은 각각 71%, 33.1%로 한해 전보다 1.8%포인트와 0.6%포인트 오른 데 견줘, 40대(79.1%)와 50대(75.5%)는 0.7%포인트와 0.1%포인트씩 떨어졌다. 고용여건이 급속도로 악화하기 시작한 지난 2월 이후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종별로는, 정부의 재정 투입이 즉각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과 공공행정 등 취업자가 지난달 1년 전보다 각각 7.7%(14만9천명), 6.1%(6만6천명) 늘었다. 업황이 좋은 편인 정보통신업과 금융·보험업도 8.8%(6만8천명), 8.6%(6만7천명) 증가했다. 이런 업종들에서 취업자가 늘어난 것은 청년층과 고령층의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데도 어느 정도 기여했다. 반면 전통적인 주력산업인 제조업은 7월에 -2.7%(12만7천명), 도소매업은 -1%(3만8천명), 그리고 숙박·음식점업은 -1.8%(4만2천명) 취업자가 줄었다. 조선업, 자동차산업 구조조정과 자동화, 온라인 쇼핑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 건설업도 1.8%(3만7천명) 증가해, 예년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건설업 부진은 40~50대 고용사정 악화를 부추긴 요인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고용상황이 어려운 분야와 연령대에 대해 더욱 다양하고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경제팀에 주문하면서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지시했다. 올해와 내년도에 세수 전망이 좋은 만큼 늘어난 세수를 충분히 활용하라는 것이다. 그는 또 “민간분야의 투자와 고용 확대를 위한 규제혁신과 공정경제 강화에도 더욱 속도를 내고 국회의 협력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최악의 고용지표 성적에도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 기조는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갈등설’을 빚어온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부총리를 향해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어려운 고용상황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다는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정책에서 무엇보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난관보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경제정책의 ‘투톱’을 겨냥해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두 경제사령탑을 ‘조건부 재신임’하되, 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길 수 있는 정책 혼선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내부 분열로 비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차단해 ‘일사불란’한 정책 실행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김보협 허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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