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재정정보 통합 등을 통해 국민의 접근성과 투명성을 확대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예산 분야 상반기 재정개혁 권고안을 내놨다. 다만 재원 배분 방향이나 지출 구조개혁 등 재정에 대한 큰 그림이 제시되지 않아 “숲은 다루지 않고 나무만 다룬 권고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재정개혁특위 권고안을 보면, 우선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교육자치단체가 따로 제공해왔던 재정정보를 2022년까지 ‘열린재정’ 누리집에 제공하도록 했다. 현재는 각기 다른 시스템으로 예·결산 업무를 진행하고 있고 제공되는 정보 내용도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정작 국민이 알고 싶은 복지·일자리 등 분야별 총지출 규모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또 국민 개개인이 받을 수 있는 국고보조금이나 복지 등 재정 혜택도 현재는 분야별, 기관별로 누리집에 나뉘어 공개되던 것을 열린재정 누리집에 모두 합쳐 제공하는 권고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각종 수치들만 나열돼 있어 국민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재정 관련 보고서를 알기 쉽게 풀이하거나, 현재 재정 여건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을 설명하는 ‘재정운용중간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안도 담겼다.

그동안 논란이 컸던 ‘건강보험 기금화’에 대해, 재정개혁특위는 2022년까지 법 제정을 통해 기금화를 추진할 것을 권고했다. 건강보험이 다른 사회보험들처럼 기금화되면 현재는 보건복지부 장관 승인만 있으면 되는 건보 재정운용도 다른 예산이나 기금처럼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다만 이에 대해선 가입자·의약계·정부 등 이해당사자 자율결정으로 이뤄져왔던 보험료율 등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이번 권고안이 알권리 확대와 투명성을 앞세웠지만 재원배분 방향 등 핵심 과제들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현시점에서 어느 분야에 재원이 필요하고, 국가재정법의 핵심인 전략적 자원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정부가 앞세운 지출구조개혁은 어떻게 단행할 것인지에 대한 권고 없이 정보 공개 등 기존 부처가 진행하면 될 세부 측면에만 집중해 숲은 다루지 않고 나무만 다룬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