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conomy | 재계 인사이드
그래픽_김승미
재벌 후진적 지배구조 빌미 제공 공통점
2015년 엘리엇 “합병반대”-삼성 “투기자본”
2018년 엘리엇 “환영”-현대차 “대화” 강조
현대차 “총수보다 회사이익 우선” 자신감
무리수로 위기 자초한 삼성이 ‘타산지석’ 하지만 재계 1·2위 재벌이 잇달아 외국펀드의 사정권에 놓인 것은 재벌의 후진적 소유지배구조가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재벌은 총수의 지배력 확대·유지를 위해 계열사간 순환출자나, 금융 계열사의 고객돈을 이용해왔다. 또 새롭게 내놓은 소유지배구조 개선안조차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시장신뢰를 충분히 얻었다고 보기 힘들다. 삼성은 삼성물산 불공정 합병 논란을 자초해 엘리엇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현대차그룹 개편안은 모비스를 둘로 쪼갠 뒤 신설 모비스를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주역이었던 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총수일가가 글로비스 주식을 파는 대신 기아차가 가진 모비스 주식을 사들여 그룹 지배권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시장에서는 벌써 예상 쟁점들이 제기된다. 하나는 신설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비율(0.61대 1)의 공정성이다. 신설 모비스의 평가가 낮을수록 글로비스의 대주주인 총수일가에 유리하다. 둘째는 정몽구 회장 부자와 기아차가 주고받을 글로비스와 모비스 주식의 공정한 평가다. 지금과 2년 전의 차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때는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며 처음부터 반대했다. 하지만 현대차 개편안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며 긍정 평가했다. 삼성과 현대차의 대응도 상반된다. 삼성은 즉각 엘리엇을 외국 투기자본으로 공격하는 ‘여론몰이’에 나섰다. 반면 현대차는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하겠다”고 대화의 손을 내밀었다. 현대차 안에서는 언론이 엘리엇을 무조건 ‘나쁜 놈’으로 몰아가는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현대차가 글로벌시장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전체 외국인 지분이 46%에 달하는 상황을 감안한 신중한 모습이다. 현대차가 삼성과 차별성을 보이는 데는 개편안에 대한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고위 임원은 “(개편안의 궁금증에 대해서는) 주주들에게 자세히 설명하면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서 “엘리엇과도 따로 만날 것”이라며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또 엘리엇이 제시한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인을 위한 기업경영구조 개선, 자본관리 최적화, 주주환원에 대한 세부계획 공유 등에 대해서도 주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얘기라며 유연한 태도다. 현대차로서는 삼성이 좋은 ‘타산지석’이 된 것 같다. 삼성은 불공정성 논란을 무시하고 총수의 이익을 위해 합병을 강행하다가 위기를 자초했다. 반면 현대차는 이번 개편안이 총수 이익보다 회사 이익을 우선시했다고 강조한다. 현대차 고위 임원은 “발표안에 따르면 총수일가는 지배회사인 모비스의 지분을 30% 정도 확보할 수 있지만, 지주회사 전환방안은 세금 부담과 추가자금 투입 없이 40% 이상을 확보할 수 있어 고심이 컸다”면서 “정의선 부회장이 ‘100원 더 얻으려다 200원 잃는 우를 범하지 말자’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현대차는 엘리엇의 1.4% 지분만 볼 게 아니라 외국인 지분 전체를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현대차가 처음부터 시장에서 크게 문제가 될 내용은 개편안에서 제외한 것은 역시 ‘삼성 교훈’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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