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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설 직전 전격 귀국·검찰행…이학수가 삼성 ‘스모킹건’ 된 까닭

등록 2018-02-21 15:06수정 2018-02-22 09:37

Weconomy | 재계 인사이드
검찰서 “MB 요청으로 다스 소송비 40억 대납” 털어놔
15년간 ‘삼성 2인자’ 이건희 회장 두터운 신임
17대 대선자금 사건과 X파일사건 땐 혼자서 책임
이 회장 2010년 경영복귀 직후 전격 제거 ‘충격’
삼성 출신 “섭섭함 크다…혼자 뒤집어쓰지 않을 것”
이학수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부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이학수 전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부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이학수 부회장이 왜 지금 귀국했죠?”

설 연휴 직전 삼성 계열사 전직 사장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에 연루된 이학수 전 삼성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이 미국에서 조기 귀국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통상 검찰수사가 시작되면 일단 해외에서 사태추이를 지켜보는 게 상식 아니냐”고 말했다.

이 전 부회장은 귀국 직후인 15일 검찰에 출두해서, 이명박 정부 당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으로부터 다스 소송비 대납 요청을 받았고, 이건희 회장의 승인을 얻어 지원했다고 진술해 ‘스모킹건’(범죄 혐의를 입증해주는 결정적 단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삼성의 대납 대가로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12월 이건희 회장을 사면복권해 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전 부회장 자신도 다음해 8월 사면복권됐다.

이 전 부회장은 15년간 삼성 컨트롤타워의 수장을 맡으며 ‘삼성 2인자’로 불렸다. 이 회장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읽어 ‘복심’으로 불릴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다. 17대 대선 불법 정치자금 사건 때는 이 회장 대신 죄를 뒤집어쓸 정도로 깊은 충성심을 보였다. 2005년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으로 대선후보와 검사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드러났을 때도 이 회장을 끝까지 보호했다. 2008년 비자금의혹 사건 때는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되어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재무통인 이 전 부회장은 이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는 ‘금고지기’ 역할을 하면서,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이 세금부담 없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작업도 주도했다. 2006년 2월 엑스파일 사건 등으로 대국민사과를 할 당시 기자와 따로 만나 “개인적으로는 오늘이라도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이건희) 회장님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말 이 회장의 사면복권과 2010년 3월 경영복귀를 계기로 그의 위상은 급락했다. 이 회장은 복귀 8개월 뒤인 2010년 11월 이 부회장을 삼성물산 고문으로 발령내며 전격적으로 제거했다. 당시 전기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삼성 전 임원은 “이 부회장의 인사는 발표 전날에도 아무도 몰랐을 정도”라고 회상했다. 당시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 삼성미소금융재단 사장, 삼성생명과 화재 사장, 삼성토탈 사장, 삼성에버랜드 사장 등 이른바 ‘이학수 사단’으로 알려진 경영진도 함께 경질했다. 삼성 전기실 출신 한 임원은 “이 회장이 비자금의혹 사건으로 2008년 4월부터 2년간 경영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 이 부회장은 예전과 동일한 역할을 하면서 힘이 더 세져서 심지어 ‘이 부회장이 삼성의 실제 주인’이라는 얘기까지 돌았던 것과 연결짓는 시각이 많았다”고 말했다.

2011년에는 이 전 부회장이 소유한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있는 19층짜리 엘앤비 빌딩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에서는 임원이 회사 업무와 무관한 영리사업을 할 수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삼성 계열사가 빌딩을 장기임대하는 과정에 이 전 부회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 전 부회장은 강력 반발했다. 당시 삼성 미전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임원은 “이 부회장이 건물을 살 때 이 회장에게 사전보고했고, 이 회장이 이왕이면 더 큰 빌딩을 사지 그랬느냐는 말까지 했다고 전하면서, 언론플레이를 그만하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1987년 이건희 회장 취임 이후 ‘삼성 2인자’ 역할을 한 사람은 모두 7명이디. 하지만 이 전 부회장 사례가 보여주듯, 이 회장과 웃는 낯으로 헤어진 사람은 드물다. 삼성의 전 임원은 “이 부회장은 자신이 충성을 바친 이 회장에게 쫓겨난데 대한 섭섭함이 컸을 것”이라며 “과거처럼 이 부회장이 혼자 죄를 뒤집어쓰고 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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