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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계 인사이드] “삼성물산 사장인사로 이사회 3~4차례 취소 진통”

등록 2018-01-10 15:41수정 2018-01-11 10:04

삼성물산 사장단 지각인사 속사정 드러나
‘60살 이상 퇴진’ 인사방침에 일부가 반발
비금융 계열사 중 유일하게 해 넘겨 발표
“금융 계열사에서도 일부 반발” 소문 무성
“취약한 이재용 부회장 리더십에 또 상처”
지난 2015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삼성물산 불공정 합병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 준비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2015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삼성물산 불공정 합병 논란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 준비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그동안 (사장인사를 위한) 이사회가 3~4차례 취소되는 우여곡절 끝에 겨우 열렸다.”

지난 9일 삼성물산 사장단 인사 발표 이후 회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인사를 둘러싼 내부진통이 만만치 않았음을 털어놨다. 삼성물산 인사는 지난해 10월 말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 비하면 두달 가까이 늦은 것이다. 에스원 등 일부 계열사 인사가 늦어졌지만, 비금융 계열사의 사장단 인사가 연말을 넘긴 것은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사장 인사가 늦어진 원인은 내부 반발 때문으로 알려진다. 삼성물산은 이번 인사에서 60살을 넘은 사장 3명이 동반 퇴진했다. 기존의 최치훈, 김신, 김봉영 사장은 공교롭게 모두 1957년생으로 ‘나이 커트라인’에 걸렸다. 삼성 안에서도 실력자로 불리는 최 사장이 마지막까지 버틴 것으로 전해진다. 최 사장은 미국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의 에너지 분야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을 지내다가 삼성에 영입됐다. 이후 삼성전자·카드·SDI의 사장을 잇달아 맡다가, 2014년부터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삼성 임원은 “최 사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합병 이후 건설분야에서 조단위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키고, 주주배당을 늘리는 등 성과를 냈다”면서 “글로벌 기업문화에서 성장한 그로서는 회사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삼성 조직문화에 승복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이사회 의장을 계속 맡기로 한 것도 이런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60살이 넘은 이상훈 사장(1956년생)을 퇴진시키면서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해 배려한 것과 유사하다.

삼성의 일부 금융 계열사 사장들도 60살 이상 일괄퇴진에 반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삼성 임원은 “삼성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치고, 이건희 회장 시절 삼성 비서실에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인사들로 알려져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의 60살 이상 사장급 일괄퇴진은 이재용 부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세대교체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부가 반발하면서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게 됐다. 삼성의 임원은 “이건희 회장 시절이라면 반발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가뜩이나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이 부회장의 리더십에 또 흠집이 났다”고 말했다.

삼성 안에서는 그룹 컨트롤타워의 부재 내지 약화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임원은 “지난해 2월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뒤 미래전략실이 전격 해체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면서 “지난해 11월초 미전실 인사팀장 출신인 정현호 사장이 삼성전자의 사업지원 티에프장을 맡으면서 컨트롤타워 복원이 기대되고 있지만 아직 예전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무리한 인사로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는 따가운 지적도 나온다. 삼성의 한 전직임원은 “인사규정에도 없는 60살 이상 사장급 퇴진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역풍을 맞은 것”이라면서 “이건희 회장이 2010년 경영복귀 이후 1회성으로 ‘60세 이상 사장급 일괄퇴진’ 인사를 단행한 과거 경험만 생각하고, 이 부회장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전직 사장들이 스스로 용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면서 “60살 이상 사장들이 한꺼번에 나가는 것에 대해 당사자나 회사에서 별도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조트부문 책임자로 새로 임명된 정금용 대표는 과거 미래전략실 인사팀에서 정현호 사장과 손발을 맞췄던 인물이다. 지난해 2월 미전실 해체 때 삼성물산으로 옮겨왔는데, 1년도 안돼 중용됐다. 지난해 말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옮겨온 김명수 부사장도 주목 대상이다. 미래전략실 전략팀(재무) 출신인 김 부사장은 2014년 경영난을 겪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아 구조조정을 지휘했는데, 정현호 사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앞으로 삼성물산에서 정 사장이 삼성전자 사업지원 티에프장을 맡는 것과 유사한 역할을 하면서 호흡을 맞출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사장급 이하 후속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곧 단행할 계획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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