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창출 예산 상반기 집중투입
빅데이터 등 8개 분야 투트랙 지원
혁신 앞세워 투자·탈규제 속도
대-중소기업 이익배분은 밑그림만
“가계 중심 성장·배분 선순환 위한
소득주도 성장 기본틀 흔들릴 우려”
빅데이터 등 8개 분야 투트랙 지원
혁신 앞세워 투자·탈규제 속도
대-중소기업 이익배분은 밑그림만
“가계 중심 성장·배분 선순환 위한
소득주도 성장 기본틀 흔들릴 우려”
정부가 27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의 목표는 일자리와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국민의 삶의 가시적 변화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7월 문재인 정부가 처음 내놓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선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 등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우선순위를 뒀다면, 이번 방안에선 혁신성장을 강조하면서 ‘사람중심 경제’의 큰 틀이 흐트러진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인다. 청년 고용이 계속 부진한데다, 내년에는 건설 투자도 줄어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우선 일자리 예산(19조원)의 34.5%를 1분기에 쏟아붓고 산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은 명예퇴직을 활성화해 신규 채용을 확대한다. 내년에 공기업 투자를 2조원가량 늘리는 방안도 새롭게 내놨다. 공공주택 건설 부지나 산업단지 조성 부지에 대한 조기 보상(4천억원), 공공임대주택 확대(5천억원) 등 건설 관련 투자 쪽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일자리와 직접 관계가 없더라도 파생효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도 예산을 조기집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년 취업자 증가폭이 올해와 같은 32만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20대 후반인 ‘에코붐’ 세대(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1991~1996년생)의 경제활동 참가가 늘어나지만 민간부문에서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정부가 성과를 내기 위해선 공공뿐 아니라 민간도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노사를 설득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최저임금이든 노동시간 단축이든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이끌어내는 정부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 밑그림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혁신성장과 관련해선, 우선 정책역량을 집중할 핵심 선도산업인 초연결 지능화(빅데이터), 스마트공장, 스마트팜, 핀테크, 재생에너지, 스마트도시, 드론(무인기), 자율주행차 등 8개 분야에 대한 지원을 ‘투 트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하나는 연구개발(R&D)에 자금을 쏟아붓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 기능을 창업벤처, 신산업 육성 등 혁신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또 다른 정책은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한 규제 혁신이다. 규제 샌드박스란 신기술·신산업 분야의 경우 기존 규제에도 불구하고 일정 조건하에서 규제를 일부 면제 또는 유예해 시장에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4대 입법’(정보통신활성화특별법, 금융지원법, 산업융합법, 지역특구법)을 추진하고, 빅데이터 분석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협력이익배분제·성과공유제·미래성과공유제 등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모델을 발굴·확산시키고, 제도 법제화와 함께 세제 등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기업이 이익을 중소 협력업체와 공유하거나 출연할 경우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협력이익배분제의 경우, 지난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으나 이번에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또 대통령 공약인 ‘최저임금 시급 1만원 달성 지원’은 ‘최저임금 인상 연착륙 유도’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제정책방향이 혁신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성장·배분의 선순환을 복원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기본 골격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중소 영세사업자·자영업자가 힘들어지면, 공정경제를 통해 대기업에서 부가 흘러내리도록 해야 한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혁신성장이지만 이를 공정경제보다 우선순위에 두면서 소득주도 성장의 일관성을 잃었다”고 평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핀테크, 빅데이터 같은 기술 주도의 혁신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해 가계소득을 올리겠다는 일자리·소득주도 성장 사이에 상충될 수 있는 부분들이 하나의 경제정책으로 잘 융합되지 못한 채 나열돼 있다. 혁신, 성장, 투자, 금융 등의 단어가 반복되는데 이는 혁신성장에 대한 강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은주 허승 기자 ejung@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