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의 1심 선고공판이 22일로 다가온 가운데 재판 결과가 한·일에 걸쳐있는 재계 5위 롯데그룹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심을 모은다.
13일 롯데 지배구조를 보면, 신격호 총괄회장 등 총수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롯데홀딩스)→호텔롯데→롯데 계열사 등으로 이어진다. 경영권의 키를 쥔 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일본 롯데 계열사 2곳(20.1%) 등이 각각 20%를 넘는다. 나머지는 임원지주회(6%), 투자회사 LSI(10.7%), 총수일가(3.4%)가 나눠갖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홀딩스 지분이 1%대에 불과하지만, 종업원지주회·임원지주회 등의 지지를 얻어 2015년 ‘형제의 난’ 때 대표 취임과 함께 경영권을 장악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실형선고를 받으면 경영권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홀딩스의 종업원지주회와 임원지주회 등이 신 회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 일본인 경영진이 독자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배임횡령 혐의로 징역 10년과 벌금 1천억원이 구형돼, 중형선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이런 가능성이 제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10월 신 회장 기소 당시 “롯데의 ‘일·한 일체 경영’ 전략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에서 번 돈으로 한국에 투자했다는 점에서 롯데의 뿌리를 일본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다만 한국 롯데의 매출액(100조원)이 일본 롯데(4조원)의 25배에 달하는 현실 때문에, 신 회장의 경영권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분위기다.
일본 기업의 이사회는 총수(대주주)의 거수기 역할을 하는 한국과 달리 독립성이 강해, 총수의 지시라고 해서 무조건 따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에 편의점을 처음 도입한 스즈키 도시후미 세븐앤아이홀딩스 전 회장은 지난해 아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전문경영인(사장) 교체 안건을 이사회에 제출했다가 부결되자 자진사퇴했다. 롯데 관계자는 “일본 기업은 경영자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되면 물러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신 회장의 경우 한국법원의 최종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득해 시간을 번 상태”라면서 “실형이 선고되면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물러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도 횡령 혐의로 징역 5년에 벌금 125억원을 구형받아, 신 회장과 비슷한 처지다. 형제 모두 실형을 받게 되면,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이 일본인 전문경영인에 넘어가면서 롯데의 한·일 분리가 추진되거나, 호텔롯데를 통해 한국 롯데의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롯데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다수 갖고 있는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 등 일본 지분이 94%에 달한다.
롯데는 신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롯데시네마 매점을 신영자 전 사장 등에 불법임대(배임)하고, 신동주 전 부회장과 서씨 모녀에게 공짜 급여를 지급(횡령)한 것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룹총수가 절대권한을 갖는 현실에서 신 회장에게 공동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 급여통장과 증권통장을 각각 2013년과 2015년이 돼서야 부친에게서 넘겨받았을 정도로 경제권과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부실이 심한 롯데피에스넷에 대한 계열사 증자참여 결정(배임)은 인터넷은행 참여를 위한 것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총수일가 사익 편취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오영중 변호사(서울변호사회 전 인권위원장)는 “재벌 봐주기 판결에 대한 부정적 여론, 롯데 경영권에 대한 국익적 고려, 신격호 총괄회장의 공로를 재판부가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겠느냐”면서 “법원이 롯데 경영권에 미칠 영향을 유무죄 판단과 양형 결정에 얼마나 고려할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의 위평량 박사는 “롯데사건은 누구에게 주된 책임이 있는지에 상관없이, 황제경영이라는 재벌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시급히 개선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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