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호(58살) 삼성전자 사업지원티에프(TF)장은 지난 2일 삼성전자 인사에서 ‘태풍의 눈’으로 꼽힌다.
지난 2월 해체된 그룹 사령탑인 미래전략실의 팀장급으로는 유일하게 현역으로 복귀했다. 삼성 계열사 고위 임원은 3일 “뇌물사건 때문에 삼성 안에서 미전실을 ‘적폐세력’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 부회장의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지 알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정 사장은 미전실 해체 뒤 외부에서 이 부회장의 지시를 받아 인사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복귀가 예상됐다. 과거 미전실에서 인사지원팀장으로 있을 때는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의 유력한 후임자로 꼽혔다.
사업지원티에프는 미전실과 비슷한 기능을 맡을 것으로 보여, 정 사장이 사실상 그룹 컨트롤타워의 책임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미전실 해체 이후 전자계열사 사장단이 회사 간, 사업 간 공통 이슈에 대한 대응과 협력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문제를 협의하고 시너지를 끌어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미전실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 계열사의 한 임원은 “정 사장이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가교 역할을 맡아, 사실상 그룹 전체의 사령탑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전의 컨트롤타워와 달리 법적 실체가 없다는 논란을 제거한 것은 진일보했지만, 전자 지분이 없는 계열사까지 지휘할 경우 권한-책임의 불일치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정 사장과 이 부회장의 인연은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유학한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의 전직 임원은 “정 사장(당시 부장)이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경력 때문에 발탁되어, 현지에서 ‘뒷바라지’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덕수상고와 연세대 경영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사한 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도 다녀왔다. 삼성에서는 그룹과 삼성전자에서 다양하고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미전실 인사지원팀장(사장)과 경영진단팀장(부사장)을 지냈고, 구조조정본부에서는 계열사 경영관리를 하는 운영팀에서 삼성전자의 가전과 디스플레이를 맡았다. 삼성전자에서는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부사장), 모바일사업부 지원팀장(CFO·전무)을 역임했다. 중간간부 때는 주로 재무·회계·국제금융 분야에서 일했다. 삼성전자 간부는 “전자에서 반도체 빼고는 모두 직접 경험한 셈”이라며 “외환위기로 자금난을 겪을 때 해외채권 발행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말했다.
‘일벌레’로 통하는 정 사장은 적당히 넘어가는 일이 없을 정도로 일 처리가 철저하고, 본인이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부하직원들과 장시간 토론도 마다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와 함께 일했던 삼성전자 전직 임원은 “꼼꼼하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유연함과 합리성도 돋보인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영어가 “엑설런트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뛰어나고, 술은 거의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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