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뉴라이트 인사 강연 초청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는 동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포항시의 중소기업 지원 사업체 선정에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하면서 자신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을 ‘셀프 심사’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11일 중소벤처기업부는 박 후보자가 2015년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로서 포항시 강소기업 육성 사업에 외부 심사위원장으로 참가했으며, 그가 주식을 보유했던 업체도 심사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고 확인했다. 당시 70여개 업체 가운데 17개 업체를 가려 뽑았는데 문제의 업체도 최종 선정돼 예산 지원 등을 받았다. 박 후보자는 심사 기간에 주식을 5천주 추가로 사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후보자 쪽은 이에 대해 “7~8명의 심사위원이 평가에 참여했으며 선정 과정은 공정했다”며 “해당 업체 주식은 백지신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편향적 이념과 역사관, 종교 활동 등에 대한 질타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왔다. 박 후보자는 포항공대 재직 때 ‘극우 논객’ 변희재씨 초청 간담회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동료 교수의 요청에 따라 직원 중 한명이 변씨와 선후배 관계라는 것을 알고 연결만 해줬을 뿐 추천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박 후보자가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에게 청문회 사흘 전에 낸 서면답변 자료에서 “변희재씨 추천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던 것과 다소 배치되는 내용이다.
박 후보자는 또 ‘뉴라이트 학계의 대부’로 불리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를 촛불시위가 한창때인 지난해 11월 기계공학과 정기세미나에 초청한 것과 관련해, “이 교수 초청 강연에 대해 당시 학내 반발이 있었지만 국정농단 사건이 발생하기 몇 개월 전인 8월쯤에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초청공문도 보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또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학문의 자유를 오픈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하게 해주는 것이 학교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의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찬열 의원은 “촛불정국에 반하는 행동을 한 후보자를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나.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도 의심받을 일”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전체 제 인생에서 한두가지 흔적을 갖고 역사관이나 정치적 성향을 얘기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생을 제대로 길러내야 할 분이 초청강연자의 주장이나 성향을 제대로 검증해보지도 않고 자기검열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의 창조과학회 활동에 대한 청문위원들의 지적도 거셌다. “창조과학자들은 지구의 나이를 6천년이라고 말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신앙적으로는 그런 점을 믿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그는 또 “창조과학은 비과학이나 유사과학으로 과학계에서 보고 있다”고 지적하자, “그분들의 생각과 논의에 대해서는 국민으로서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박 후보자를 옹호하는 발언은 주로 자유한국당 쪽에서 나왔다. 정유섭 의원은 “박 후보자는 올바른 역사관을 가졌다. 후보자는 문재인 캠프에 참여 안 한 유일한 케이스”라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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