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 후보자가 8월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후보자로 지명된 소감을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포항공대 교수로 일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극우 성향의 역사관이나 종교관 등을 적극 설파했다는 주장이 동료 교수로부터 나왔다. 이는 지금까지 박 후보자가 기자회견을 통해 뉴라이트 역사관 논란 등을 해명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서 파문이 예상된다.
8일 문원규 포항공대 교수(기계공학)가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을 보면, 문 교수는 “(박 지명자가)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역사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론은 설득력이 없다”며 “건국절 등 뉴라이트 역사관과 국정교과서 문제, 심지어 종북 세력을 논할 때도 확신에 찬 태도로 임했고 상대방을 설득하려 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한가지 사례로, 지난해 11월 기계공학과 가을정기 세미나에 뉴라이트 역사관의 대표 논객인 서울대 이영훈 교수를 초청하게 된 경위를 거론했다. 박 후보가 이영훈 교수 초청에 문제를 제기하는 교수들에게 ‘학문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며 반발했고, ‘학생들이 세미나에 선택적으로 출석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결정에도 극력 반대하고, 심지어 세미나 이후에도 그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그런 행동이 (뉴라이트 역사관을)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관심조차 없는 사람의 행동이냐”고 반문했다. 이영훈 교수 초청 세미나와 관련해 박 후보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분야의 교수를 초청하는 게 더 낫겠다는 취지에서 학생들의 자율적 선택으로 진행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또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기 전에 뉴라이트 사관이나 어떠한 정치적, 이념적 성향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다”며 스스로 ‘역사에 대한 무지’를 실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과 동료인 문원규 교수의 글은 박 후보자의 해명과는 정반대된다.
문 교수는 박 후보자의 창조과학회 활동에 대한 해명도 반박했다. 박 후보자는 “미국과 한국 회원들을 연결시켜주는 정도로만 참여했지 깊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문 교수는 “창조과학회에서 짧지 않은 기간동안 이사직을 수행하고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어떤 철학과 정치적 성향을 가지든 그의 자유”라며 “평소에 보여주었던 주장과 일관성 있는 답변을 기자회견에서 했다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직성과 건전성은 과학기술 학계에서는 무엇보다도 선행되는 기본 덕목”이라며 “만보 양보해서 박성진 장관 후보자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신념 가득찬 태도로 설파하는 성향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그것은 여러 사람에 영향을 미치는 장관직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문원규 교수의 게시글에 대해 박성진 후보의 반론을 요구했으나 “학교 내부의 이견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말이 없다”고만 답했다.
한편, 이날 박 후보는 3년 전 교수 시절 ‘극우 논객’으로 알려진 변희재씨(대한애국당 정책위의장)을 초청해 교수 간담회를 열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날 <노컷뉴스>는 당시 간담회를 준비한 센터 관계자를 인터뷰해 “박성진 교수가 변희재씨를 초청하자고 센터 측에 먼저 제안하셨다. (이를 우려하는) 학내 논의들이 있었지만 결국 진행이 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국회에 보낸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 “간담회는 포항공대 산하의 한 기구에서 추진한 것이며, 구체적 설명을 위해서는 실명 거론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본인이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음을 양해 바란다”며 선을 그었다. 당시 간담회 저녁 자리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했다는 인사청문위원들의 질문에도 “사실무근이며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부인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이승준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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