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연준 위원들은 비둘기적인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연준 내 매파적인 인사로 분류되는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가 최근 인플레 둔화를 감안할 때 금리 인상에 휴지기가 필요하다고 한 언급이 대표적이다. 옐런 연준 의장도 의회 청문회에서 정책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게 적합하다고 밝혔고, 연준내 대표적인 비둘기파인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낮아진 중립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 연준이 더 이상 할 게 없을지도 모른다고 밝혀 이전보다 비둘기적인 색이 더 강해졌다.
왜 연준 인사들이 최근 들어 비둘기적인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물가 안정 때문이다. 아래의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근원 소비자물가(Core CPI, 소비자물가에서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2017년 초를 고비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떨어진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서비스 물가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었기 때문인데, 개인서비스 물가는 결국 임금 상승률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미국의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다는 데 있다. 왜 실업률이 4% 초반까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률이 2% 초반 수준으로 미끄러졌을까?
사실, 이에 대한 뾰족한 답은 없다. 분명 노동시장의 체감경기는 2007년보다 나은 수준이며, 기업들이 인력부족을 호소한 지 꽤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 상승률이 이렇게 낮아진 것을 설명하기 위해 많은 경제 분석가들이 고민하고 있다.
여건이 좋아졌음에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 현상의 근본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정보통신이나 바이오 그리고 금융산업의 경기는 좋지만, 반면 고용비중이 높은 요식업·숙박업·건설업은 임금을 적극적으로 올려주기 힘든 여건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애틀랜타 연은이 제공하는
임금 정보 사이트(Wage Growth Tracker)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에 비해 레저·숙박업(Leisure and Hospitality)이나 건설업의 임금상승률이 낮은 편이다. 특히 레저·숙박이나 건설 부문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0.9%와 4.7%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레저·숙박이나 건설업의 부진은 경제 전체의 임금 상승률을 억누르는 결과를 가져온다.
물론 레저·숙박이나 건설업의 임금이 다시 급격히 높아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갑작스럽게 사람들이 여행은 더 많이 다니고 또 집이 잘 팔린다면 얼마든지 추세는 바뀔 수 있다. 다만, 현재의 흐름만 본다면 하반기에도 임금이 가파르게 올라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는 꽤 더뎌질 것으로 판단된다.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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