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통령 공약이 예산에 잘 반영되는지 꼼꼼하게 챙기겠다.”
청와대 재정기획관에 내정된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재정기획관은 대통령 비서실장 직속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된 자리다. 지난 25일부터 청와대로 출근하고 있는 그는 “재정기획관은 새로 만들어진 자리인 터라 부담이 크다. 출근한 지 고작 사흘째인데 벌써 한달쯤 시간이 흐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재정기획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재원확보 및 예산배분 등을 점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위원(재정기획관 내정자)은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예산안 편성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진다. 청와대가 예산이 제대로 편성됐는지를 잘 살피도록 하는 것이 재정기획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조세연구원을 거쳐 2001년부터 한국금융연구원에 몸 담아왔다. 2009년부터 3년간은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도 역임했다. 관료 출신 대신 경제분야 전문가를 기용한 것은 대통령이 핵심 국정과제로 꼽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예산분야 외에 조세정책과 통화금융정책 등 거시 경제 전반에 정통한 편이다. 올해부터는 한국재정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두달에 한번씩 한국은행 총재가 주재하는 ‘경제동향간담회’ 참석 위원이기도 하다. 2013년 이후 그가 쓴 논문 주제도 소득양극화와 디플레이션, 조세정책 등 거시 경제 전반을 아우른다. 이 때문에 그가 ‘새 정부 경제팀에 거시 경제 전문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 연구위원은 그동안
세수확보와 소득재분배 개선을 위해 소득세·법인세 인상 등 조세개혁과 복지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박근혜 정부가 소비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대규모 할인행사를 기획할 때도 “가계의 지갑을 두텁게 해야 소비가 산다”며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가계소득을 키워 소비를 확대하고 이를 토대로 성장을 이끈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과 맥이 닿는다. 지난 2014년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세법개정안을 내놓을 때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다만 그는 예산 전략만큼은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 재정건전성 확보에 좀더 무게를 둬왔다. 복지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예산을 늘리더라도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줘선 안된다는 것이다.
‘5·9 대선’ 직후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동안 매년 18조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170조원)의 절반 남짓을 마련한다고 했는데, 이는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나랏빚을 많이 늘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세입기반을 대폭 확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재정기획관의 기본 임무(공약의 예산 반영 점검·효율적 예산 편성) 외 나머지는 제가 하기 나름이 아닌가 싶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찾아나가려고 한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는 ‘(기본 임무 외) 어떤 영역에 관심을 갖고 있나’란 질문에 “생각을 정리 중”이라고만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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