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년간 미국 하위 50%계층의 세전 소득이 1%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 10%의 소득은 121%, 1%는 205%, 0.001%는 636% 늘어났다. 전체 평균소득 증가율은 61%였다. 미국의 소득불평등이 극심해진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21세기의 자본>으로 유명한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와, 에마뉘엘 사에즈 버클리대학 교수 등은 29일 ‘미국의 경제성장: 두 나라 이야기’라는 글에서 자신들의 최신 연구 결과를 이렇게 소개했다. 피케티 교수 등은 납세와 설문, 국민계정 자료를 토대로 1980~2014년 미국 성인들의 국민소득(2014년 가격 기준) 변화 상태를 추정하고 분석했다.
소득집중도를 보면 분배상태가 나빠진 게 좀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위 50%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20%에서 2014년 12.5%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상위 1%의 비중은 같은 기간 10.7%에서 20.2%로 두배 가까이로 높아졌다. 상위 1%의 점유율 상승폭이 하위 50%의 점유율 하락폭보다 더 큰 것이다. 또한 상위 1%의 소득이 1980년에는 하위 50%의 27배였으나 2014년에는 81배나 됐다. 81배의 소득배율은 미국인들의 평균소득을 콩고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브룬디 등 세계 최빈국 국민들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수치와 비슷한 것이다. 피케티 등은 미국에서 소득집중이 심해진 것과 관련해 주목할 현상은 자본소득이 지난 15년간 급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소득의 비중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소득재분배 효과는 미미했다. 정부 재분배정책이 세전 소득의 불평등도를 줄이는 데 큰 구실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하위 50%의 세후 소득(세금을 빼고 이전소득을 더한 소득)이 1980~2014년 21%밖에 늘어나지 않아 평균소득 증가율보다 40%포인트 낮았다. 특히 하위 50%의 처분가능 세후 소득은 현물을 빼고 현금 이전소득만 고려할 경우 세전 소득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피케티 등은 미국의 불평등을 줄이려면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면서 하위 계층의 세전 소득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분배정책을 통해 세후 소득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전 소득의 불평등도가 원체 심각한 만큼 이를 해소하는 데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대책으로는 교육이수·기술습득 기회 확대, 노조 협상력 강화, 최저임금 인상, 기업 지배구조 개혁, 사용자와 노동자의 이윤 배분 공동 결정, 급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조세 체계의 정비 등을 제시했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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