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중앙은행(릭스방크)은 유럽중앙은행, 스위스·덴마크 중앙은행 등과 함께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상태로 유지하고 있다. 현재 스웨덴의 기준금리는 이 나라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인 -0.50%다.
릭스방크가 22일 내놓은 ‘연례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손상을 주지 않는 가운데 “(애초) 의도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통화완화 정책을 강력하게 옹호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목표치(2%)에 크게 못미치던 물가상승률을 서서히 끌어올리고 통화(크로나) 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경기를 진작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성장세가 강해지고 주택시장이 달아오르면서 한편에서 통화완화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책 방향을 긴축 쪽으로 틀어야 한다는 주장인데, 릭스방크가 이에 대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스웨덴 경제가 지금 튼튼한 것은 중앙은행이 그동안 펴온 통화정책의 결과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잊고 있다.” 그러면서 부양정책을 시행하지 않았으면 경제 상태가 지금보다 취약하고 덜 양호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릭스방크는 완화 기조의 연장선에서 지난 2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국채 매입(일종의 양적 완화)을 지속하기로 했다. “물가상승률이 2%에서 안정되려면 경제활동이 계속 강세를 띠고 통화가치가 너무 빠르게 오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따라서 통화정책은 여전히 확장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릭스방크는 “기준금리는 가까운 시일 안에 오르기보다 내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이런 방침을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다시 한번 밝힌 셈이다.
릭스방크의 기조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나 유럽중앙은행, 영국 중앙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과 달라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최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데 이어 연내 0.50%포인트 더 올릴 가능성을 시사했고, 유럽중앙은행과 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완화 기조를 약화시켜 나갈 뜻을 내비쳤다.
한편, 릭스방크는 주택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우려하며 통화완화 정책이 여기에 일정부분 기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좀더 긴 시계에서 주택정책과 재정정책, 거시건전성정책(대출 규제 등)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은 그 대신 물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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