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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AI·빅데이터 활용 ‘스마트공장’…제조업 생산방식 혁명 이끈다

등록 2017-01-16 18:44수정 2017-01-17 15:16

4차 산업혁명 / 인간혁명의 갈림길 ③ 인공지능이 생산과 소비를 바꾼다
선진국 제조업체들 변화 선도
수요 정확히 예측 지능형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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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제조업은 50년, 25년, 가장 짧게는 10년 전 산업의 모습을 벗고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전세계 경제와 모든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토드 워터먼 제너럴일렉트릭(GE) 부사장)

지이는 2015년 인도 푸네에 ‘멀티 모달’ 공장을 세웠다. 지이가 추구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을 통한 ‘브릴리언트 공장’의 첫 모델이다. 이곳에서 제트엔진부터 기관차 부품에 이르기까지 항공·오일·가스·철도 사업에 필요한 각종 기계를 생산한다. 한 공장에서 여러 분야 부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활용해 공정을 최적화했기 때문이다. 지이의 스마트공장 부문을 맡고 있는 워터먼 부사장은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통해 어떻게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이 생산성 정체에 부딪힌 기업들에 활로를 열어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자율주행차 등 소비재 측면의 변화만을 뜻하지 않는다. 진짜 4차 산업혁명은 생산 방식의 변화를 말한다. 자율주행차를 타는 것보다 자율주행차를 어디서 누가 생산하는지는, 일자리가 중요해진 시대에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

보통 산업혁명의 단계를 1차는 증기기관을 이용한 공장식 생산의 시작이라 본다.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대규모 노동력 이동이 시작됐다. 2차는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 시대였고, 3차는 디지털과 인터넷 기술의 도입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은 사물인터넷·빅데이터·인공지능·3디(D)프린터의 발달로 인해 실재와 가상이 통합돼 사물을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상물리 시스템이 도입된 것을 말한다. 3차 산업혁명이 전자기기 제품과 온라인 서비스의 도입 등 소비자를 향했다면, 4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 방식의 공장에 디지털을 결합시키는 데까지 나아간다. 대량생산과 대량공급이라는 생산자 중심의 자동화 공장에서 소비자 수요에 맞춘 지능화 공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독일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 전경. 생산 및 자원, 정보 흐름의 75% 이상이 자동화로 운영된다. 생산직 고용인원 1200명을 그대로 둔 채 생산성이 9배 늘었다고 지멘스는 설명했다. 지멘스 제공
독일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 전경. 생산 및 자원, 정보 흐름의 75% 이상이 자동화로 운영된다. 생산직 고용인원 1200명을 그대로 둔 채 생산성이 9배 늘었다고 지멘스는 설명했다. 지멘스 제공
예를 들어, 이전에는 생산비용을 낮추기 위해 대규모 공장 시설을 인건비가 낮은 동남아시아 등 제3세계 국가에 지었다면 이제는 적절한 규모의 시설을 시장이 위치한 곳 주변에 짓는 게 가능하다. 인공지능을 통해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제품 불량률을 감소시키면 선진국에도 적절한 규모의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혁신을 이끄는 기업으로는 미국 지이와 독일 지멘스가 대표적이다. 지이는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해 팔 때부터 대표적인 제조 기업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꾀했다. 제프리 이멀트 회장이 부임한 뒤 2011년 소프트웨어 연구소를 세웠고, ‘기계 회사인 지이가 날 왜?’라고 묻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을 데리고 갔다.

지이는 공장 설비에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설비와 설비 간, 공장과 공장 간에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다. 고장이 나야 설비의 이상을 확인했던 것에서 벗어나 미리 설비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시장의 수요에도 적극 대응한다.

지이 디지털이 인수한 스타트업인 ‘와이즈 아이오’(Wise.io)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조시 블룸은 인공지능으로 이것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블룸은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데이터와는 달리 기계에 의해 생산된 데이터는 매우 빠른 시간 안에 방대하게 만들어진다. 데이터의 풍부함과 깊이, 다양성은 예전에는 없던 새로운 어려움을 안기는데,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통해 배우고 과거의 결과에 기반해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4월 문을 연 지이(GE)파워 첨단제조시설의 연구실. 구글이 무인자동차에 사용한 기술을 탑재한 로봇으로 공작기계를 다루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 지이 제공
2016년 4월 문을 연 지이(GE)파워 첨단제조시설의 연구실. 구글이 무인자동차에 사용한 기술을 탑재한 로봇으로 공작기계를 다루는 것을 연구하고 있다. 지이 제공
토드 워터먼 지이 린제조 부사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이 어떻게 생산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에서 이런 변화가 시작됐다고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워터먼 부사장은 “미국에서는 첨단 제조산업이 전체의 13%에 해당하는 24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각각의 일자리는 공급망을 통해 3.5개의 직업을 유지한다. 이러한 유기적인 영향력은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는 시대에 특히 중요하다. 지이와 같은 기업은 한때 세계화 전략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신속하게 (공장들을) 현지화해야 한다는 압력이 점차 커졌다”고 했다.

즉 생산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공장이 폐쇄되거나 다른 나라로 옮겨가는 것은 시설이 없어지는 지역뿐 아니라 나라 전체 고용시장에 영향을 끼치는데, 소프트웨어의 힘으로 이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움직임에는 생산성 저하를 제조업 혁신을 통해 해결하려는 선진국의 이해가 깔려 있다.

GE·지멘스, 제조업·스마트기술 융합 ‘트랜스포머 기업’으로

2010년대 소프트웨어 혁신 나서
생산설비 가동 데이터 수집하고
인공지능이 그 데이터 학습
맞춤형 생산하고 불량률 낮춰
공장 이전 없이 생산성 혁신
한국 ‘추격자 전략’ 한계 부닥쳐

독일 지멘스는 공장에 정보통신(IT)을 결합한 시스템을 수출하는 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제조업 혁신 전략으로 발표한 ‘인더스트리 4.0’에 발맞췄다. 지멘스가 가장 혁신적인 디지털화 사례로 꼽는 것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이는 빅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실제 제조라인과 환경을 디지털상에 가상으로 만들어 시뮬레이션하는 시스템이다.

귄터 클롭쉬 한국지멘스 디지털화부문 대표는 지난해 열린 ‘대한민국 제조혁신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공장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어 데이터를 통합해 운영하면, 제품 설계 단계부터 디지털 공장에 적용해보고 미리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어 제품 출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는 자동차 공장을 예로 들었다. “독일에서 골프(폴크스바겐 승용차)를 주문하면 45개의 도장 색깔을 주문할 수 있다. 현대차의 경우는 4가지 색깔 정도만 제공한다. 골프는 색깔뿐 아니라 타이어 조합도 바꿀 수 있는 등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수백만개의 옵션이 조합될 수 있다. 그럼에도 골프는 대량생산된다.” 지멘스는 새로운 공장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이탈리아 고급차 마세라티의 경우 차량 개발 기간을 30개월에서 16개월로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인도 푸네에 위치한 지이(GE)의 ‘생각하는 공장’(Brilliant Factory). 다양한 제조 모드를 지원하는 ‘멀티모들’ 방식을 통해 한 공장에서 지이의 4가지 사업영역(항공, 파워, 오일 앤 가스, 운송)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지이 제공
인도 푸네에 위치한 지이(GE)의 ‘생각하는 공장’(Brilliant Factory). 다양한 제조 모드를 지원하는 ‘멀티모들’ 방식을 통해 한 공장에서 지이의 4가지 사업영역(항공, 파워, 오일 앤 가스, 운송)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지이 제공
불량률도 줄인다. 예전 공장은 제품이 완성된 뒤 테스트를 통해 불량품을 골라냈다. 하지만 스마트 공장은 생산라인마다 사진을 찍어 품질관리 시스템이 자동으로 제품 사진을 보고 불량을 확인한다. 실시간으로 파악돼 대규모 불량품 발생을 사전에 막는다. 지멘스는 암베르크 공장을 예로 든다. 독일 뮌헨 북쪽에 위치한 암베르크 공장은 모든 장비가 통신으로 연결되는데, 이 공장의 현재 수율은 99.9989%라고 한다. 100만개를 생산하면 결함이 11개 나온다는 것이다. 클롭쉬 대표는 “스마트공장으로 바뀐 뒤 생산성이 9배 늘었다. 노동자 수가 줄어서 가능하지 않겠냐 할 수 있지만 10년 전과 견줘 기계나 인력을 변경한 게 없는데 이런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기업에 부과하는 ‘제조물 책임’이 점점 무거워지는 상황도 스마트공장 도입의 필요성을 높인다.

4차 산업혁명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 기업에도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선진국 제조업체들이 스마트공장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면 각국 정부 역시 스마트공장 건설을 유도해 국내로 생산기지를 유턴시키고 관세를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이 선진국 제품을 높은 생산성을 통해 빠르게 따라잡는 기존 ‘패스트 팔로어(추격자) 전략’이 4차 산업혁명 앞에서는 무력화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 과제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앞에서 김상윤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연결성과 창의성 외에 특정 업체에 치우치지 않는 수평적인 ‘개방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개별화와 다양성이 떠오른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여러 기업의 창의적 제품이 경쟁해야 한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 소프트파워’라는 보고서에서 “다양한 기업과 연구소의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 특정 업체가 하나의 산업군을 독식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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