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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과학과 영성 아우르는 장대한 사유의 모험

등록 2021-01-01 05:00수정 2021-01-01 09:57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1·2
이도흠 지음/특별한서재·1권 2만4000원, 2권 2만6000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원효의 화쟁사상과 서양에서 발전한 기호학을 결합해 ‘화쟁기호학’이라는 학문 방법론을 제시한 학자다. 동양과 서양, 과학과 종교를 회통시키는 사유의 지평을 열어보이기도 했다. 특히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을 바탕에 깔고 동서 사상과 학문을 종횡함으로써 독창성 있는 생각의 지도를 그려낸다. 그런 독특한 사유는 <인류의 위기에 대한 원효와 마르크스의 대화>(2015)라는 저작으로 나타났다. 새로 펴낸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전 2권)는 전작에서 피력한 사상을 더욱 깊고 넓게 확장해, 코앞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답한다. 1권과 2권을 합쳐 950쪽이 넘는 이 책에 지은이의 생각이 장대하게 담겼다.

지은이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주제에 들어가기에 앞서 이 전대미문의 혁명에 이르기까지 우주와 인류가 거쳐온 역사를 개관한다. 어떤 면에서는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를 넘어서는 학문적 시야로 물리학·고고학·인류학·역사학·언어학·종교학을 가로지른다. 이야기는 138억년 전 우주의 탄생, 38억년 전 최초의 생명의 출현에 이어 700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이 침팬지-보노보 진화선에서 분리돼 나온 데서 시작한다. 이어 330만년 전 인류가 처음으로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하고, 인간 뇌에서 유전자 돌연변이와 거울신경세포체제 활성화로 이성과 공감 능력이 발달하고, 20만년 전 현생인류의 등장과 함께 언어소통이 본격화하는 과정을 살핀다. 최초의 문자는 놀랍게도 6만~7만 년 전의 점토 덩어리에서 발견됐다. 구석기시대 후반기인 1만4000년 전에는 농경이 시작됐고 이어 도시가 등장했다. 농경에 쟁기가 사용되기 시작한 기원전 4000년께부터 불평등과 착취와 계급분화가 나타났고, 기아·전쟁·전염병이라는 3대 재앙도 인류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어 우리가 아는 대로 2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이 뒤따랐다.

지은이가 인류사의 진화에서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은유와 환유’를 활용하는 인간의 사고 능력이다. 은유는 사물의 유사성을 통해 다른 것을 떠올리는 것이며, 환유는 사물의 인접성을 통해 어떤 것을 유추하는 것이다. 은유와 환유의 발견 이후 인류는 ‘의미’를 무한대로 생산해 공유했고 인지혁명을 이루었으며 세계의 진리에 다가갔다. 사상과 종교와 문화가 은유와 환유의 힘을 받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만여 년 전에 이루어진 은유와 환유의 발견은 그 전 700만년 동안의 인류 진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문명을 전진시켰다. 그리하여 마침내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눈앞에 두게 됐다.

지은이는 4차 산업혁명이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30년 안에 인간 지능을 앞서는 인공지능이 탄생할 것이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포스트휴먼이 등장할 것이다. 뇌의 디지털 복제가 가능해져 디지털상에서 영생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빅브라더가 아닌 빅마더가 디지털을 지배하며 인간의 욕망과 무의식까지 조절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혁명이 지금처럼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인류의 0.01%에게만 천국이 도래하고 나머지 99.99%는 인공지능의 노예로 살면서 무의식마저 통제당하게 될 것이라고 지은이는 경고한다. 결국 자본주의 체제를 극복하고 평등의 대안 사회를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 되는 셈이다. 이 책은 광활한 학문의 탐사에 더해 과학과 영성을 통합하는 심원한 사유로 지식과 지혜의 바다에 깊숙이 빠져드는 예외적인 독서 체험을 안긴다. 고명섭 선임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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