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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재정의 소득 재분배 기능 확대해야”…보수·진보 이구동성

등록 2016-11-28 16:37수정 2017-02-06 17:17

16번째 보수·진보 합동토론회 열려
임대소득·임대소득 등 자산 소득 과세 강화 공감대
법인세 증세엔 보수·진보 이견 커
복지재원 충당 위한 근본적 세제 개편 모색 필요
현 정부 들어 소득 불평등은 매우 더디긴 하지만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불평등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거나 더 커지고 있다. 지표와 인식 사이의 간극은 매번 조세나 재정 정책을 둘러싼 팽팽한 대립을 낳는다.

보수와 진보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기획된 ‘보수와 진보 합동토론회’ 16번째 주제는 ‘조세부담과 불평등’이다. 보수와 진보의 대표 연구자들은 재정의 소득 재분배 기능이 매우 취약하며 부동산 임대소득·주식 양도소득 등 자산소득에 대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법인세 등 나머지 세제에 대해선 이견이 컸으며, 복지 국가를 향한 근본적 세수 확충 방안에 대해선 논의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

제구실 못하는 재정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 토론회의 참석자들 발표문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똑같은 그래프가 등장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소득 재분배 전후의 지니계수 변화를 나타낸 표다. 변화폭이 클수록 정부의 재분배 구실이 큰 것으로 간주되는데, 한국은 이 폭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가령 한국은 조세를 통한 지니계수 변화율은 2.0%, 재정을 통한 변화율은 11%에 그치지만, 미국은 각각 5.8%, 20.5%이며, 독일은 3.2%, 41.2%에 이른다.

진보 쪽 토론자인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나라에 견줘 재정의 소득 재분배 기능은 너무 적고, 이 표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고, 보수 쪽 발제자인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세무회계과)도 “주요국도 조세보다는 재정 정책으로 소득을 재분배하고 있다. 한국은 정부의 재분배 기능이 매우 취약하다는 데 이견을 달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금구멍부터 막자 불평등 불만을 완화하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세금 구멍’을 막아야 한다는 데서도 이견은 없었다. 소득세와 분리돼 낮은 세율로 과세 되거나 과세 자체가 안되는 주식 양도소득 등 금융소득이나 부동산 임대소득 등에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 쪽 토론자인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세무전문대학원)는 “부동산 임대소득부터 과세를 당장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재산(부·자산)에서 발생하는 이런 소득은 높은 ‘자산 집중도’를 염두에 둘 때 공격적인 과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부의 대물림 수단인 상속세나 증여세 강화는 물론 가업을 승계할 때 세금을 깎아주는 ‘가업상속제도’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 전반적으로 세습화 현상이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가업승계 제도와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세·면세자 격론 법인세 증세에 대해선 보수와 진보 쪽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오문성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나 ‘총세수 대비 법인세수 비중’ 국제 비교를 통해 법인세 증세가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김유찬 교수는 기업의 실질 세부담을 보여주는 ‘법인 소득 대비 법인세 비중’이 다른 나라에 견줘 낮은 점을 들어 법인세 증세 여력이 있다고 반박했다.

또 보수 쪽 토론자는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인상할 때 기업들의 투자가 줄거나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했으나 진보 쪽 토론자는 기업 투자엔 세율보다는 시장 접근도나 노동시장의 유연성 등 다른 요소가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반론을 폈다. 같은 맥락에서 보수 쪽은 미국 등 주요국에서 법인세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며 ‘국제 환경 변화’를 강조한 반면, 진보 쪽은 가계보다 법인의 소득 비중이 훨씬 높은 ‘국내적 특수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소득자의 절반에 이르는 면세자 문제에 대해서도 진보와 보수는 견해가 달랐다. 오문성 교수는 다른 나라에 견줘 크게 높은 면세자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근로소득자에 대한 최저한세율 도입이 필요하다”고 한 반면, 김유찬 교수는 “면세자는 연 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사람들로 세금 낼 돈이 없어서 못 내는 사람들”이며 “생활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경비(필요 경비)를 고려하거나 면세자 과세로 돌아오는 경제적 이익(세수)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 보수 쪽 토론자로 나선 김낙년 동국대 교수(경제학)는 “세부담을 따질 때 4대 보험료와 같은 사회보장기여금도 함께 봐야 한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또 “자연증세(명목소득 증가에 따라 과표가 변경되면서 세부담이 늘어나는 현상)도 간과해선 안된다. 과표를 물가 변화에 연동시키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 확충에 필요한 재원 조달의 근본적 방안은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복지국가를 염두에 둘 때 (상대적 여력이 있는) 법인 쪽에서 세금 부담을 더 할 수 있을 것이고,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 증세에 대한 논의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낙년 교수는 “복지 수준이 높을수록 조세의 누진성은 낮으며, 간접세 비중이 크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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