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넘어, 더불어 행복을 찾아서'를 주제로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한 ‘2016 아시아미래포럼'이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열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의 조건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원탁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좌장인 유정식 연세대 교수, 루이지노 브루니 이탈리아 로마 룸사대 교수, 닉 마크스 영국 ‘행복한 일' 대표,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 사회의 풍요를 측정하는 데 국내총생산(GDP)은 그 역할을 다 했다. 세계 11위의 국내총생산 규모를 가진 한국인들의 행복도가 매우 낮다는 건 더는 성장이 행복을 약속하지 못한다는 걸 잘 보여준다. 이제는 행복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공공재로 인식하고 좋은 삶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23일 ‘2016 아시아미래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선 루이지노 브루니 이탈리아 룸사대 교수는 공공행복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개인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행복의 증진을 위해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발전과 아시아의 공존·공영을 모색하기 위해 2010년 출발한 아시아미래포럼이 올해 7회째를 맞아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개막했다. ‘성장을 넘어, 더불어 행복을 찾아서’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학계와 시민사회, 기업과 정책 담당자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세계적 행복 연구가이자 행복 측정법 개발자로 잘 알려진 닉 마크스 영국 ‘행복한 일(HW)’ 대표는 “행복의 측정은 주관적 감정이라는 이유로 외면돼 왔지만, 소득과 기대 수명 등 관련 지표들 및 행복과 관련된 질문을 통한 정량적·정성적 분석으로 객관적 측정이 가능하다. 행복지수의 개발과 증진을 위해 공적 차원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마크스 대표는 공공의 행복 측정에는 “물질적 풍요, 우울감이나 존중감 같은 개인이 느끼는 행복과 관련된 감정 못지않게 타인에 대한 신뢰, 안전감, 국가 청렴도 같은 공동체나 공공서비스 등의 요소들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경제와 사회 시스템이 전체의 행복이라는 목표를 위해 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관하는 포럼의 개막식에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씨제이(CJ)그룹 회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원혜영·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 박병원 경영자총협회장, 김영태 에스케이(SK)그룹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 김용환 엔에이치(NH)농협금융지주 회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대표 등 정·재계와 시민사회의 주요 인사들이 참여했다. 김영호 단국대 석좌교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임현진 서울대 명예교수, 박영철 고려대 명예교수,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등 학계 원로들도 참석했다.
연구자와 직장인, 자영업자, 주부, 학생 등 각계각층에서 모여든 등록자들로 북적인 개막식과 포럼에는 400여명이 자리를 채웠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축사를 통해 “국제통화기금이 올해 3월 발표한 ‘아시아 불평등 분석 보고서’는 한국을 아시아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꼽았다. 경제 규모는 커졌지만 사회격차와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사회 구성원의 행복 수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포럼을 통해 더불어 행복한 사회, 성장지표보다 사람을 더 중시하는 사회로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시아미래포럼 공동조직위원장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축사에서 “최근 들어 늘고 있는 반기업 정서의 상당 부분이 기업 구성원들한테서 나온다는 조사 결과는 지금까지의 경직된 기업문화와 성장중심주의를 벗어나야 할 시점임을 보여준다”며 “성장과 행복의 선순환에 대해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번 포럼에서 유익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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