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좀 이른 시간이지만 아름다운가게 직원들이 서울 성동구 용답동 사무처에 아침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든다. 식사 준비는 아름다운가게 간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소모임, ‘식빵법인 소박한 아침’이 준비한다. 테이블 위에 놓인 건 간단한 토스트와 커피지만, 소소한 일상적인 이야기로 시작하는 아침식사가 즐거워 보인다.
아름다운가게는 개인 또는 단체가 사용하던 물품을 기부받아 재판매한 이익을 사회 소외계층과 나누는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2007년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고, 지난해에만 약 150여개 매장에서 30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름다운가게의 가장 중요한 일꾼은 중앙 사무처와 지역 매장 곳곳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간사들이다. 약 400여명의 간사들이 지역 매장 150여곳과 중앙 사무처에서 일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의 일터는 간사들이 최대한 스스로의 업무 역량을 강화하고 자기계발과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수평적인 조직문화 조성에 역점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간사들의 자조모임인 ‘옥상달빛’을 들 수 있다. 음악공연, 맥주파티 등 한달에 한번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을 활용해 진행되는 놀라운 공유도 간사들의 자체 모임이다. 휴가 기간을 활용해 쿠바 여행을 떠났다가 아름다운가게와 유사한 물품 재활용 업체를 둘러보면서 느꼈던 경험을 공유하거나 5년 근속 사원에게 주어지는 1개월 안식휴가 기간 방문한 독일 이야기를 소개한 ‘안식월 독일 이야기’, 오스트레일리아(호주)와 뉴질랜드 출장 중에 정리한 사회혁신 모두 ‘놀라운 공유’ 때 다뤄진 지식나눔 사례다.
아름다운가게 간사 자조모임인 놀라운 공유는 자신들이 느끼고 경험한 것을 다른 간사들과 공유하며 상호 학습하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는 시간이다. 사진은 오스트레일리아(호주)와 뉴질랜드 출장을 다녀온 간사들의 경험을 함께 나누는 모습이다.
이밖에도 사무처 간사 15명이 모여 2년 전부터 사무처 한 곳에 밥솥을 두고 점심식사를 해결하는가 하면, 아름다운가게 지역매장을 돌며 재능기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배불러 밴드’, 자신들의 소리로 사회를 울리고자 만든 비스타(B-star) 라디오 팟캐스트도 모두 간사가 주축이 돼 운영 중이다.
그래서일까? 일부 간사들 사이에선 아름다운가게를 일터가 아닌 또다른 집과 같은 삶터로 생각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홍보팀 조상의 간사는 “일반적으로 집은 일터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단절된 공간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아름다운가게는 그렇지 않다”며 “함께 먹고, 나누고, 즐거워하는 포근하고 편안한 집으로서의 역할에 부족함이 없다”고 말한다.
일터와 삶터의 경계를 무너뜨린 원인은 뭘까? 아름다운가게 이동환 상임이사는 이를 공유에서 찾는다. “구성원 상호 간에 신뢰를 통해 학습하고 성장하는 공유야말로 아름다운가게를 설명해주는 가장 핵심적인 용어”라며 “공유는 갓 입사한 신입사원부터 간부들까지 모든 교육의 핵심이다”라고 말한다. 실제 아름다운가게는 임직원 교육체계를 두고 교육과 공유의 합성어인 ‘공육’(共育)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실행하고 있다.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 학습하고 성과를 공유해 협력의 산물이 다양해졌을 때 개인의 성장과 조직의 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공유문화를 토대로 유연한 조직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일터 행복을 꾀하는 곳이 바로 아름다운가게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서재교 CSR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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