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가족통합지원센터 ‘보듬’의 3층 교육장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떠들썩한 환호성이 한차례 들리더니 이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미술치료를 위해 5층에 있던 최순복 대표가 계단을 따라 3층 교육장으로 내려가자 입사 5개월이 채 안 된 이린아 언어재활사가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목소리로 최 대표를 맞는다. “대표님, 드디어 영준(가칭)이가 언어발화가 됐어요. 곧 말도 하게 될 것 같아요.”
주식회사 보듬은 미술, 심리, 언어 등의 치료를 통해 또래보다 발달이 지연된 아이들의 지친 심신을 보듬고 있다. 설립한 지 3년 남짓밖에 안 되었지만 시설 규모만 놓고 보면 충북에선 가장 크고, 전국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규모 시설을 자랑한다. 올해는 10여명의 직원이 무난히 3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견줘 3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지난 9월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았다.
보듬이 직원 행복을 위한 일터 조성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업의 특성이 큰 영향을 끼쳤다. 발달장애 치료는 아이와 부모, 직원(치료사)의 대면치료가 일반적이다. 게다가 치료 효과를 보는 데 걸리는 시간도 아이마다 제각각이어서 아이와 부모, 직원의 안정적인 심리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치료에 전념해야 할 직원의 심리상태가 불안하면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진다. 최 대표는 “발달장애아 치료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일터뿐만 아니라 가정, 기타 대외관계 등 삶터 전반이 행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듬은 또래보다 발달이 지연된 아이들을 돕는 아동가족통합지원센터다. 지난 9월엔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이 됐다. 사진은 발달지연 아동에게 감각치료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보듬이 직원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일터 조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보듬은 대표부터 신입사원까지 1인 1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심리, 감각, 미술, 언어 등 분야별 직원들의 전문성을 최대한 인정하고, 이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교재와 교구를 개발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고 있다.
직원 간 협력과 자기계발을 통한 성장은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케이스 콘퍼런스’를 통해 이뤄진다. 여기에선 발표를 맡은 직원이 자신이 치료 중인 아이의 현재 상태와 효과를 정리해 다른 직원과 공유하고 개선 사항을 논의한다. 이향미 센터장은 케이스 콘퍼런스가 갖는 의미에 대해 “직원 간 소통을 통해 상호 존중하고 신뢰를 쌓는 계기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치료 파트가 논의해 협력과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자 토대”라고 말한다. 케이스 콘퍼런스를 통해 다양한 치료 파트가 협력해 좀더 효과 높은 치료를 할 수 있고, 이는 직원 간 상호 학습과 자기계발 및 성장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보듬은 엘지(LG)전자 공모사업에 선정돼 교육장 내 시설과 장비를 새로 구축하고 들여놨다. 오로지 치료와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최근 최 대표 앞으로 의미있는 그림 선물이 도착했다. 자신이 치료한 아이가 어느덧 성인이 돼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보낸 것이다. 최 대표는 선물받은 그림이 걸린 벽면 한쪽을 가리키며 “저 그림을 볼 때마다 우리 직원들이 왜 행복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며 흐뭇해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서재교 CSR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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