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경 선생님, 항상 제가 못한 일 대신 하시느라 고생 많으시죠. 그 마음 알기에 더 잘하려 하는데 매번 무거운 짐을 드려요. 그래도 잘 알려주시고, 항상 웃으며 먼저 인사해주셔서 감사해요. 오늘 인계도 잘 해드릴게요. 수민”
서울아산병원 183병동 간호사 탈의실 사물함에 붙어 있는 ‘감사 메모’ 중 하나다. 일렬로 서 있는 사물함에는 동료에게 보내는 수십장의 감사메모가 붙어 있다. 지난해부터 서울아산병원 간호부가 주관하는 ‘감사나눔’ 활동의 하나로, 환자와 보호자, 함께 일하는 동료 임직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간단히 담아 전한다. 팀별로 메모와 카드를 보내거나 간식을 선물하는 등 마음을 전달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덕분에 환자, 보호자와는 물론이고 동료들과의 소통도 훨씬 원활해졌다. 간호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핵심 목표 중 하나로 감사나눔 활동을 진행했다.
하루의 감사한 마음을 나누는 ‘감사나눔’ 활동 모습. 감사 인사가 적힌 작은 메모로 동료애와 일터에 대한 행복감이 높아졌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은 감사나눔 외에도 ‘일하기 좋은 일터’(GWP)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2012년 고객만족팀을 신설했다. 외부 고객만족(CS)은 물론 ‘내부 고객’인 임직원 만족(ES)을 위한 업무를 담당한다. ‘일하기 좋은 일터’ 소위원회도 꾸렸다. 두 달에 한 번 직군을 망라한 팀장급 중간관리자가 모여 현장의 고충을 나누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논의된 안건은 임원진으로 구성된 ‘일하기 좋은 일터’ 위원회에 상정되고, 병원장에게 최종 보고된다. 서울아산병원이 시행 중인 ‘마음지기 프로그램’과 ’직원안전매니저’ 제도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마음지기 프로그램’은 정신과 의사가 임직원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심리상담을 진행한다. 스트레스 자가측정 장비도 설치해 평소 스트레스 정도를 스스로 측정할 수 있게 했다. ‘직원안전매니저’ 제도는 임직원들이 자신의 안전과 업무 진행에 위협이 된다고 느끼면 직원안전매니저를 호출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직군·직종 간 벽을 허물고 소통할 수 있는 장도 마련하고 있다. ‘역지사지 프로그램’은 의사·간호사·보건직 등 직군 간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예컨대 전공의와 간호사 그룹이 짝을 이뤄 서로의 일과를 번갈아 경험하는 식이다. 업무 특성상 모든 역할을 대체할 순 없지만 각자의 업무 과정과 현장의 고충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하다. 봄과 가을, 날씨가 좋은 날은 ‘비타민D 데이’로 지정된다. 실내에만 있는 임직원들에게 햇볕을 쬐며 비타민D를 보충하자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임직원들은 병원 근처 성내천 둑길을 30분~1시간가량 산책한다. 경영진과 직원, 의사와 간호사 등 직책과 직군에 상관없이 편안하게 어울릴 수 있어 임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처럼 서울아산병원 일터가 감사와 배려 깊은 곳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열쇳말은 뭘까? 바로 ’소통’이다. 원활한 소통은 배려로 이어져 상호 신뢰 속에 업무 효율도 높아진다. 오진환 서울아산병원 고객만족팀 대리는 “임직원들끼리 업무와 일터에 대해 자유롭게 소통하며 유연한 조직문화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일하기 좋은 일터를 위한 다양한 제도와 시스템도 조직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