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회적 협동조합 이야기를 담은 책 <산타와 그 적들>에서 협동조합계의 구루로 불리는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스테파노 차마니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적 같은 일이군요. 그렇게 잘되는 주식회사가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다니. 이탈리아에서도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바뀌는 일은 있었지만 다들 망해가는 기업, 혹은 망한 기업이었어요.” 2013년 국내 최초로 주식회사에서 종업원 협동조합으로 새로 태어난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을 두고 한 얘기다.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은 국내 최초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화평동왕냉면, 국수나무, 도쿄스테이크, 하늘나무피시방 등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 49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해피브릿지가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설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곡상과 식품 유통을 했던 창업 멤버들은 직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기업, 사회를 위한 기업을 위해 ‘다르게 벌어, 다르게 살자’고 다짐했다. 그로부터 15년여가 지난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자 이들은 자신들의 지분을 모두 회사 유보금으로 돌리고, 종업원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직원들은 추가 조합비를 내 종업원 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을 매조지었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야 할 진짜 이유가 생긴 것이다. 홍보팀 오주란 대리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일자리를 위해 돈을 벌게 된 계기”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해피브릿지 일터의 가장 큰 특징은 평등이다. ‘인사’와 ‘돈’, 모두 종업원으로 이뤄진 조합원 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인사와 급여 등을 담당하는 인사제도위원회는 경영진이 아니라, ‘급여를 가장 많이 받는 직원과 적게 받는 직원 간 차이가 3배를 넘을 수 없다’는 정관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협동조합의 가장 큰 특징인 1인1표제, 이사장 및 이사, 감사 등 임원도 조합원 동의 없이는 선출이 불가능하다.

‘평등’과 ‘함께’로 대변되는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의 조직문화는 직원의 역량 강화와 복지와 연계돼 조합원들이 협동조합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원한다. 국내 최초로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과 함께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또한 직무와 조합원 성장을 위해 매년 1~2회 해외연수도 시행 중이다. 조합원 복지는 일터와 삶터의 양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본인 또는 배우자의 태아검진 때 반일휴가를 부여하고 있고, 정부 정책이 채 시행되기 전인 2008년부터 본인 또는 배우자의 출산 때 3일 유급휴가를 지원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출산 전후 60일간 통상임금의 100%를 주도록 되어 있지만 해피브릿지협동조합에선 90일 동안 지급하고 있다. 이런 제도 덕분에 해피브릿지협동조합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여성가족부가 인증하는 가족친화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송인창 이사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강화되기 위해선 구성원 간 경쟁보다, 신뢰를 통한 협력과 상생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조합원이 일하는 일터가 행복해지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CSR팀장 jkse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