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뇌 행복’은 통찰력·감성적 사고력까지 갖추어야 가능”

등록 2016-11-09 10:26수정 2016-11-09 10:55

[2016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특강 ‘뇌 연구자’ 정재승 교수

행복의 순간, 우리 뇌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까? 뇌 과학에서 ‘지속가능한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오는 23일 2016 한겨레 아시아미래포럼 첫날 특별강연에 나서는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는 주목받는 뇌 연구자다. 최근에는 신경과학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행복을 주로 연구 중이다.

신경과학에서 행복은 ‘충분히 만족스러워서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욕망 외에는 다른 욕망이 사라진, 안정적이고 충만한 상태’로 정의된다. 이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 세로토닌이다. 뇌과학자들은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 신경세포 네트워크에서의 변화가 행복이라는 심리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와 양전자단층촬영(PET) 등 첨단 장비는 두개골을 열지 않고도 행복이라는 이 추상적이고 복잡한 마음의 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행복한 순간은 당시에는 잘 깨닫지 못하다가 나중에 기억의 형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행복과 기억은 서로 어떤 관계에 있는가? 행복감은 인간의 다른 행동과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정 교수는 이번 특강에서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뇌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그 연관성을 해부해 보일 예정이다. “뇌 과학을 통해 사람이 언제 행복한가, 어떤 요소들이 행복감을 고양하는가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다면 행복에 이르는 과정을 좀더 잘 설명할 수 있다.”

최근엔 자기선택권이나 상황에 대한 통제권이 행복감을 느끼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뇌 연구 결과가 늘어나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몰두하는 시간’이 중요해지고 있다. 뇌 과학이 ‘놀이’에서 행복의 본질을 발견하는 이유다. “이런 행복감은 목적이나 결과물보다는 과정을 즐긴다. 여기에서는 어떤 행위에 대한 우열 비교가 불가능하다. 놀이에서의 행복은 자발적 동기로 이루어지고, 완전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특히 놀이는 인간이 가진 독특한 특징인 ‘우정’을 만들어낸다.”

그에 따르면, 쾌감은 더 큰 쾌감을 욕망하게 하지만 지속가능한 행복을 주지는 못한다. 갈수록 늘어나는 욕망을 모두 충족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랑마저 질투·집착, 절망과 고통 등으로 인해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지 못한다. 그는 “욕망과 쾌감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일상적 안정감을 만끽하려는 노력,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에 대한 기여, 결과에 대한 집착보다 과정을 즐기는 태도가 지속가능한 행복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정 교수는 특히 이번 특강에서 뇌 행복 연구를 기반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관점을 제시한다.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의 행복감은 상당 부분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돈과 같은 물질적 보상이 우리를 열심히 일하게 한다고 믿지만, 실상은 사회적 만족감과 행복감이 더 크게 기여한다는 게 연구로도 입증된다. 예컨대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경우, 약을 많이 팔수록 인센티브를 주는 것보다는 자신이 판매하는 약을 먹고 고통을 견뎌내는 환자들을 만나게 해주었을 때 훨씬 더 열심히 일한다. 자기가 하는 일의 의미를 뇌가 깨닫는 순간 자발적인 동기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는 “한국 사회는 개인의 불행을 동력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즉, 지나친 경쟁과 획일적 사고를 강요하고 있다”고 일갈한다.

그럼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진정한 행복을 어떻게 물려줄 수 있을까? 그는 “미래 세대는 지금 세대의 결정과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하지만 현재의 정책과 제도, 의사결정은 대부분 지금 세대의 이익에 부합하는 단기적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의 시각에서 미래 세대의 권익을 대변하는 등 세대 간 이해를 조정해야 한다. 그렇게 현행 제도와 정책을 장기적 관점에서 세우고 ‘세대 간 정의’를 구현해야 우리가 미래 세대에 지속가능한 행복을 만들어줄 수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뇌는 지금 인공지능을 단지 흉내만 내고 있다”고 말한다. 질문보다는 정답 찾기에만 급급하고, 실패를 두려워하고 효율만을 중시하는 ‘한국인 뇌’라는 얘기다. “우리는 수치화된 성과로 한줄로 세우는 식의 낮은 수준의 수학·언어 능력만 배양하고 있다. 경제잡지 <포천> 편집장인 제프 콜빈은 ‘위대한 성과는 우리에게 열정적인 인간이 되라고 요구한다’고 말한다.” 그가 꿈꾸는 ‘뇌 행복’은 분석력 말고도 통찰력과 감성적 사고 능력까지 갖춘 이른바 ‘전뇌적 사고’를 하는 인간에게서 가능한 행복이다. 창의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보상 중심에서 동기 중심의 사회를, 또 양적 성장의 시대를 지나 장기적인 질적 기여를 평가해주는 사회를 지향하는 쪽으로 우리의 뇌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매일유업 멸균 우유 회수 공지…“세척수 섞여 들어가” 1.

매일유업 멸균 우유 회수 공지…“세척수 섞여 들어가”

여의도 카톡 먹통 대비, ‘브릿지파이’ 미리 설치하세요 2.

여의도 카톡 먹통 대비, ‘브릿지파이’ 미리 설치하세요

확실해지는 미 연준 추가 금리 인하…일본은 인상에 무게 3.

확실해지는 미 연준 추가 금리 인하…일본은 인상에 무게

국내외 경제·경영학자 488명 “윤석열 즉각 탄핵” 시국선언 4.

국내외 경제·경영학자 488명 “윤석열 즉각 탄핵” 시국선언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담화에…주가·원화가치 상승분 반납 5.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담화에…주가·원화가치 상승분 반납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