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네거리에서 방독면을 쓰고 경유차 활성화 정책 철회 등 미세먼지 근본 대책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통령 미세먼지 대책 발언에
환경부, 다각 검토 않고 인상 주장
기재부·여당 “납득 어렵다” 반론
결국 중장기 과제로 후퇴 예상
환경부, 다각 검토 않고 인상 주장
기재부·여당 “납득 어렵다” 반론
결국 중장기 과제로 후퇴 예상
정부 내 부처 간 갈등 양상으로까지 치닫던 경유값 인상 논의가 중장기 과제로 정리되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경유값 인상은 대기질 관리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미세먼지 대책의 핵심으로 밀어붙였으나 정책효과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탓에 정부 안에서조차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여당도 경유값 인상에 부정적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휘발유 값에 견준 경유의) 상대가격 조정을 미세먼지 대책으로 단순화해서 생각하지 말아 달라. 상대가격 조정은 미세먼지 문제 외에도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휘발유 값을 100원으로 할 경우 경유값을 85원으로 정하는 ‘상대가격’은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변화가 없다. 그간 환경부는 경유에 붙는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을 올리거나 부담금(환경개선부담금)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경유값을 올려 상대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인 ‘오피넷’ 자료를 보면, 주요국의 상대가격은 영국(103.4), 스웨덴(97.6), 캐나다(87.5), 일본(78.8) 차례로 우리나라(69.3)는 비교적 경유값이 싼 편에 속한다.
최 차관의 발언은 상대가격 조정이 미세먼지 대책의 중심을 이루거나 단기에 시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환경부의 미세먼지 대책 담당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유) 가격에 손을 댈지 말지를 놓고 정부 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가격) 인상은 정무적 판단 대상으로 환경부가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월10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는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 뒤 정부 안에선 경유값 인상을 둘러싼 난맥상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특히 환경부는 충분한 검토 없이 경유값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다른 부처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하며 스스로 카드를 접는 수순을 밟고 있다.
기재부 등 경제부처는 경유값을 올려도 경유 소비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견해다. 애꿎은 경유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만 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의 한 당국자는 “경유 소비는 가격 변화에 비탄력적이다. 미세먼지를 잡는 수단으로 경유값을 조정하자는 (환경부 쪽의)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경유값 인상이 경유 소비자 간 형평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점도 경제부처가 반대하는 이유다. 실제 화물트럭 운전사 등 운송사업자는 2000년대 초 유가보조금 제도가 도입된 뒤 경유값 인상분 전액을 보조금으로 돌려받고 있다. 기재부의 또다른 당국자는 “보조금 제도를 염두에 두면 경유값 인상은 보조금 대상이 아닌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만 더 많은 비용을 떠안게 된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여당에서도 경유값 인상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민의 부담을 올리는 경유값 인상은 터무니없는 발상이다.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2일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 정부와 협의를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환경부 주도로 발표될 미세먼지 대책 중 경유값과 관련해서는 ‘중장기적 가격 인상을 위한 외부 용역 연구 등 전문가 의견 수렴 절차를 밟는다’는 선언적 문구만 담길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당국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일몰(2018년) 전까지 다양한 검토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2018년까지만 운영되고 그 이후부터는 개별소비세로 전환될 예정이다.
김경락 이경미 기자 sp96@hani.co.kr
주요국의 휘발유 대비 경유값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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