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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김영란법’으로 경기 더 나빠진다?…OECD 보고서는 “부패가 성장 방해”

등록 2016-05-23 19:53수정 2016-07-28 16:33

로비로 불확실성 키워 생산성 저하
부패수준 높아지면 불평등도 커져
“부패 척결땐 정부 조세수입 증가”
한국, OECD 34곳 중 투명성 29위
부패는 사회의 건강도는 떨어뜨리지만 경제에는 이로울 수 있다? 오는 9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이 법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더 나쁘게 할 수 있다며 일각에서 내놓는 주장은 이런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부패가 만연한 사회일수록 창의성이 약하고 생산성도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상당히 축적돼 있는 편이다. 부패가 경제에 해롭다고 보는 것이 보다 상식적인 판단이라는 뜻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부패 보고서’의 첫 문장은 단호하다. “부패는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의 심각한 방해물이다.”

부패는 어떤 경로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까? 일단 기업 경영에 비용을 늘리고, 불확실성을 키워 민간 영역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새로운 거래를 시작할 때 품질이나 가격보다는 거래 상대방이나 중개인에게 주는 뇌물은 직접적 거래 비용에 해당한다. 또 계약 성사 여부가 품질이 아닌 로비에 달려 있는 데서 비롯되는 불확실성은 간접적 거래 비용이다. 이 보고서는 “부패는 기업가 정신을 떨어뜨리고 비생산적 활동이 확대되면서 상품 가격이 오르고 품질은 나빠진다. 이런 나라엔 외국인 직접투자도 줄어든다”고 밝혔다.

부패는 정부 예산이나 정책금융과 같은 공적 자원을 공공의 이익보다는 공무원의 사익 추구 행위에 쓰이게 한다. 공공자금이 허투루 쓰이면서 경제가 타격을 입는다는 뜻이다. 오이시디는 부패 수준이 높은 나라에선 사회보장 지출(복지 규모) 수준이 적고 공무원 질도 떨어지며 공공의 이익과 무관한 규제나 무역장벽, 보조금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오이시디는 “탈세와 같은 조세회피는 대체로 부패 행위의 고리로 이뤄진다”며 “부패 척결은 정부엔 조세 수입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늘어난 세수는 경제 성장의 종잣돈 구실을 할 수 있다.

부패는 사회 불평등과 빈곤을 심화하는 고리이기도 하다. 정부와 기업 간 검은 뒷거래로 사회보장정책이 후퇴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빈곤계층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이시디는 부패 수준이 25.2% 상승할 경우 지니계수가 11포인트나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지니계수는 대표적인 소득불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부패는 정부의 신뢰도에 타격을 주면서 민주주의의 기반까지 잠식한다고 오이시디는 경고한다.

우리나라는 오이시디 회원국 34곳 중 부패 수준이 매우 높은 나라군에 속한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평점 56점을 받아 오이시디 회원국 중 29위이다. 우리나라 아래로는 슬로바키아(51점), 그리스(46점), 이탈리아(44점), 터키(42점), 멕시코(35점)뿐이다. 오이시디 회원국 평균 평점은 66.6점으로, 우리나라 평점보다 10점 더 높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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