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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서비스업 육성해 새 성장동력으로? 되레 소득불균형 키운다

등록 2016-03-17 19:58수정 2016-03-17 21:02

음식·숙박, 도소매업 등 개인 자영서비스업은 고용 흡수 효과는 높지만 생산성은 낮은 ‘서비스경제 딜레마’를 안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마두역 근처 한 상가건물에 자영업 간판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음식·숙박, 도소매업 등 개인 자영서비스업은 고용 흡수 효과는 높지만 생산성은 낮은 ‘서비스경제 딜레마’를 안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마두역 근처 한 상가건물에 자영업 간판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싱크탱크 광장] 서비스경제의 딜레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4년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한국 제조업은 생산성을 높여 생산을 늘려온 반면 서비스업은 고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규모가 성장해왔다”고 진단했다. 경제성장의 제조업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가운데서도 서비스산업의 고용비중은 1980년 37.0%에서 2012년 69.6%로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하지만 제조업에 견준 서비스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12년 현재 45% 수준으로, 오이시디 평균(86%)을 훨씬 밑돈다. 생산성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소득이 적다는 것과 같은 얘기다. 이런 저생산·저소득 구조가 고착된 상태에서 고용 비중만 계속 커지면 소득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서비스경제의 딜레마’다.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 또는 선진화의 모순도 바로 이런 딜레마에서 비롯된다. 한 나라 안에서 서비스산업의 생산(부가가치) 비중 증가는 다른 산업이나 가계의 지출 부담 증가와 맞물리기 쉽다. 가령 미국의 의료서비스 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높은 부가가치를 자랑한다. 하지만 정부와 가계, 기업의 의료비 지출 부담도 세계에서 가장 크다. 과도한 의료비 부담 때문에 다른 경제주체들의 지출 여력이 떨어지면 결국 성장잠재력과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 서비스업 일자리 증가의 빛과 그림자

서비스업의 이런 본질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생산성 향상만 꾀하게 되면 실패를 하든지, 아니면 또다른 부작용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2008년 이후 정부가 지금까지 수십차례에 걸쳐 서비스산업 선진화 종합대책과 1000여개에 이르는 세부과제를 발표했지만 지지부진하거나 논란이 끊이지 않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의 선진화 방안은 영리투자병원 등 보건의료, 교육, 관광레저, 방송·통신·콘텐츠 등 ‘창조형 유망’ 전문서비스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고용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영세서비스업의 생태계와 생산성 결정요인을 적절하게 고려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이시디 ‘한국 경제 보고서’는 “한국 서비스업에서 ‘필요에 쫓긴 창업’은 낮은 생산성으로 귀결됐다”고 지적한다. 제조업의 괜찮은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큰 기술이나 자본이 필요하지 않은 소규모 서비스업 창업에 어쩔 수 없이 뛰어들다 보니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상대적으로 고용조건이 괜찮은 제조업 사업장마다 90년대 이후 감원 바람이 불어닥쳤고, 자영 서비스업이 그 충격을 흡수해왔다. 비록 ‘고용효과’는 있더라도 ‘생산성’을 기대하기란 애초부터 무리였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조업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실업수당도 저조한 상태에서 조기퇴직자들이 자영업으로 내몰렸다. 그런 점에서 자영 서비스 취업자들은 ‘준실업자’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낮은 생산성에는 자영 서비스업 내부보다는 제조업 고용충격이라는 ‘불가피한’ 외부환경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서비스산업의 고용비중은
1980년 37%→2012년 69%로 급증
제조업 견줘 노동생산성 45% 수준
저생산·저소득 구조 고착 상태는
소득불평등 심화로 이어져

서비스산업의 생산비중 증가는
다른 산업·가계 지출 부담 요인

정부의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은
보건의료·교육·관광에만 초점
도소매·음식 등 영세업은 뒷전

제조업에만 세제·전기료 등 특혜도
서비스업과의 불공정 경쟁 초래

■ 내수 부진과 낮은 생산성의 악순환

서비스부문은 생산성(부가가치)이 결정되는 방식이 제조업과는 판이하다. 일반적으로 생산 쪽보다 수요(소비) 쪽 요인에 따라 생산성이 결정된다. 물론 서비스산업의 생산성 측정은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다. 박정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비스산업은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지 않고 상품이 제공되는 환경이나 제공자의 역량에 따라 질적 차이가 존재하므로 서비스산업에 생산성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내 업종별 노동생산성
서비스업 내 업종별 노동생산성

특히 생계형 창업이 몰려 있는 개인서비스업(자영업)의 낮은 생산성에는 내수 부진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함께 얽혀 있다. 지속적인 내수 부진으로 소비수요가 줄어들고 소비자들의 지불의향 가격이 낮아지면서 생산성도 자연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강두용 선임연구위원은 “제조업 품목은 주로 교역재이므로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 세계시장에서 수요가 늘고 이에 따라 부가가치 생산성도 높아지는 반면, 서비스업 품목은 주로 비교역재라서 거의 완벽하게 내수 소비수요에 의존해 생산성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즉 자영업의 낮은 생산성은 해당 서비스업 자체의 낮은 경쟁력 때문이 아니라 내수 부진에 따른 결과인 셈이다. 내수 침체를 불변의 상수로 고려할 경우, 개인서비스업에서 높은 생산성을 꾀하는 건 한계가 분명할 수밖에 없다. 이런 두 측면에 대한 고려가 빠진 서비스업 구조개혁과 생산성 향상은 당도하기 어려운 목표다.

■ 서비스업의 양적 확대는 소득불균형 초래

정부가 서비스산업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표방하고 있지만, 오히려 서비스산업의 양적 성장이 소득불평등 구조의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012년에 발표한 ‘경제구조 서비스화 진전과 소득불균형’이란 보고서에서 “제조업 부문의 고용창출 효과 둔화가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고용이 많은 서비스업 고용 확대로 이어지면서 소득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990년부터 2009년까지 26개 오이시디 회원국의 고용·소득 통계를 분석해보니 경제구조의 서비스화가 소득불균형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같은 기간 서비스업 비중 확대가 소득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 상승에 미친 기여율이 32%에 이르렀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의 노동생산성(임금) 격차뿐 아니라 서비스업 내부의 업종간 생산성 격차도 소득불균형을 빚어낸다. 예컨대 금융·보험 및 정보·통신업은 제조업에 견줘 생산성이 같거나 더 높은 반면에 도소매, 음식·숙박업은 3분의 1 이하에 그친다. 제조업에서 떨어져나온 고용을 서비스 영역이 흡수하고 있지만, 자영 개인서비스업의 ‘이상 비대’ 현상은 산업구조의 고도화라기보다는 고용불안의 확대를 의미할 뿐이다. 특히 서비스업에선 제조업처럼 빠르고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기 어렵다. 그래서 임금을 올리면서 동시에 서비스의 가격을 내리기 힘들다. 결국 서비스업 고용을 늘리려면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임금이 제조업 임금보다 낮게 유지돼야 한다. 민간서비스 부문의 고용 증가는 임금 불평등이라는 대가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딜레마’를 안고 있는 셈이다.

■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불공정 경쟁 지속

서비스업과 제조업은 과연 공정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는 세제, 공공요금(전기료), 환율정책 등에서 제조업에 여러가지 차별적 혜택을 줘왔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0년대까지는 제조업 위주로 조세감면 특혜를 제공했으나 지금은 서비스업에도 여러 특혜 조항들이 포함되고 있는 중”이라며 “그러나 조세지원은 주로 유형·고정자산 투자에 적용된다”고 말했다. 자산보다는 사람에 투자하는 비용이 큰 서비스업종은 세제 특혜 조항이 있더라도 그것을 누리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전력요금은 산업용(제조업, 107원/㎾h), 일반용(영업·공공, 130원/㎾h), 주택용(123원/㎾h) 등으로 요금체계를 달리하고 있다. 상가·오피스를 임대해 장사하는 자영 서비스업은 산업용이 아니라 일반용 요금을 적용받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진흥과 쪽은 “자영업은 대부분 표준산업분류상 도소매업으로 구분되고 이에 따라 일반용 요금을 적용받게 된다”고 말했다. 환율정책은 아예 수출·제조업의 이해만 반영된다. 외환보유고 등을 활용한 고환율(낮은 원화가치) 정책은 제조업 공산품의 세계시장 수출을 돕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높여 가계·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간다. 이에 따른 개인 가처분소득 감소는 소비 부진과 자영 서비스업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조계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동향분석센터장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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