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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국가연구개발사업은 실패경험 적극 활용해야”

등록 2016-02-04 19:53

싱크탱크 광장

한국은 연구개발 실패 용납 않아
성공만을 인정하는 인식 바꿔야
공공 재원으로 진행되는 국가연구개발(R&D)사업은 실패 사례들을 축적하고 공공재로 만들어야 할 필요와 의무가 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연구개발은 ‘실패’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실패를 잘 축적해 놓는다면 연구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또다른 창조의 밑바탕이 된다.

그러나 국내 제도와 정책은 연구개발에서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가 재원을 출연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은 설정한 연구 목표에 성과가 미치지 못하면 ‘실패’로 규정된다. 실패한 연구의 참여자들은 연구비 환수나 추후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안정적인 목표를 설정하게 되고, 성공만을 ‘성과’로 인정하는 정부는 실패 사례를 축적하지 않는다. 실제로 미래창조과학부가 밝힌 2011년 국가연구개발사업 과제 성공률은 무려 98.1%다.

정부에서도 이것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성공률임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는 ‘연구개발 재도전 기회 제공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연구를 성실히 수행했을 경우 불이익을 면제(‘성실 수행’)할 것을 권장했다. 또 실패 사례를 모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가치 있는 실패에 대한 포상 등 연구자들이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자 했다. 이듬해인 2014년 ‘과학기술기본법’과 대통령령인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도 ‘성실 수행’ 관련 조항이 신설됐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진행하는 정부 각 부처는 해당 법과 규정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여전히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무엇보다 ‘실패’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성실 수행 개념은 ‘재도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는 결국 실패를 상정한 개념이란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관계자는 “일본과 독일, 미국 등의 선진국 사례를 보면 연구개발에 한해 실패라는 개념이 없다. 한국은 연구 수행 시 목표를 달성하지 않으면 실패지만, 다른 국가들은 연구에서 목표한 바에 도달하지 못했어도 연구 과정에서 새로운 개념과 방법을 알아내면 실패가 아닌 성공”이라고 지적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동향분석센터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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