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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보수정부의 복지 확대, 화려한 ‘성장’ 뒤엔 인색한 ‘보장’

등록 2014-10-20 19:53

지난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에서 열린 ‘2014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의 ‘보수의 복지를 논하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경승구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원 ksnine83@nate.com
지난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에서 열린 ‘2014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의 ‘보수의 복지를 논하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경승구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원 ksnine83@nate.com
[싱크탱크 광장] ‘보수의 복지를 논하다’ 토론회

복지발전의 양적 지표는 복지에 투여된 재정지출이다. 한국의 복지지출은 외환위기 직후인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늘어나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이 5%대에서 7%대로 늘었다. 이런 현상은 보수정권 아래서도 이어져, 이명박 정부 초 7%대이던 수치는 2014년 현재 박근혜 정부에서는 거의 10%대로 증가했다. 대표적인 성장공약인 ‘747 공약’을 하고서도, 보편적 복지인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확대한 이명박 정부, 보편적 복지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지만 복지지출 확대는 여전히 계속하는 박근혜 정부, 이들 보수정부는 ‘친복지’ 정부인가, ‘반복지’ 정부인가? 대체로 복지 축소를 지향하는 서구 보수정권과 달리, 보수정권 아래서 복지지출이 확대되는 우리네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난 17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에서는 이런 의문점을 놓고 학자들 사이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2014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에서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회장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가 마련한 ‘보수의 복지를 논하다’란 토론회가 그것이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가 사회자로 나선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보수정부도 정치적 필요성과 체제 안정을 위해선 복지를 발전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데 공감을 하면서도 수혜 대상을 축소시키거나 사각지대가 늘어나는 등의 내용상 문제점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복지지출
서구 보수정권과 달리 증가세
정치적 필요 따라 보편복지 도입
지출 늘었지만 사각지대 여전

■ 영국·스웨덴, 보수가 선택한 ‘다른 길’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보수정부와 복지정치’ 발제를 통해 국민들의 복지 태도에 따라, 같은 보수정당이라도 영국과 스웨덴은 정반대의 길을 가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영국 보수당은 2010년 집권 뒤부터 급격한 긴축정책을 추진하며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를 대폭 축소한 반면, 스웨덴의 보수당은 실업급여 삭감 등 특정 분야에 손을 대긴 했지만 전체적인 복지지출을 오히려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교수는 “대다수의 국민이 복지혜택을 받는 스웨덴에서는 복지국가에 대한 대중적 지지로 인해 복지 축소가 어렵지만, 선별적 제도의 비중이 높은 영국에서는 실업자·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어서 복지지출 축소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보편주의적 복지정책이 국민들의 복지 태도에 영향을 미쳤고, 국민들의 복지국가에 대한 지지 여부가 정부의 정책 방향을 좌우한다는 해석이다. 백인립 연세대 교수(사회과학부)는 ‘보수주의 정권에서 복지가 발전하는 이유’란 발제에서, 모든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지디피 대비 복지지출이 15%선까지는 “해당 국가의 계급실천 양상이 어떠하든 간에” 도달하며, 문제는 “15%에서 30%까지에 이르는 발달 여정인데, 여기에는 계급실천, 곧 강력한 노동운동이 자리잡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곧, “조직화한 강력한 노동세력이 존재하는 나라들에서는 복지비용이 20%를 넘어 30%를 향해 증가하지만, 정치무대를 자본으로 대표하는 보수세력이 독점한 국가들에서는 복지비용이 15%선에서 정체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 한국의 복지, 포장은 ‘확대’ 내용은 ‘축소’

이에 대해 김영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한국에서 보수가 변화하는 가장 큰 원인은 반대 진영의 위협”이라고 설명했다. 유권자들이 이미 복지 친화적 태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 당이 이를 주된 정책이슈로 제기할 경우, 정권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복지제도 확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우리가 갖고 있는 보편적 복지제도는 보수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요구였다”면서도 “다만 제도의 틀만 보편주의적인 성격을 띠고 있을 뿐, 실제 내용에선 부실화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주은선 경기대 교수 역시 보수정권이 추진하는 복지의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현재 추진되는 복지정책을 보면 대체로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에 부정적이고 소득보장에 인색하다. 또 복지와 시장을 결합시켜 사회서비스를 민영화하는 등의 특징이 있다”며 “중요한 것은 지출 수준이 아니라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신동면 경희대 교수는 복지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사회적 필요에 따라 확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편주의 복지는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든 복지정책은 결국 정치과정의 산물이므로 보수정권 아래서도 낮은 수준의 보편적 복지는 얼마든 확장될 수 있다”면서도 “복지제도의 발전과 시장의 불평등 심화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는 만큼, 복지제도의 사각지대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송/최혜정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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