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서울시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국제포럼 ‘사회적 경제와 지역재생’에서 프랑스 지역관리기업 전국연합위원회(CNLRQ) 진딘 부케나이시 사무총장이 지역관리기업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 포럼은 중앙자활센터와 사회투자지원재단이 함께 주최했다. 사회투자지원재단 제공
[싱크탱크 광장] 국제포럼 ‘사회적 경제와 지역 재생’
프랑스 142개 지역관리기업
지자체·공공임대주택업체와 협력
취약층 일자리·사회서비스 제공
사회통합 위한 교육과정도 운영
경기도, 자활센터 신규 설립 등
프랑스 모델 한국식 적용 검토
프랑스 142개 지역관리기업
지자체·공공임대주택업체와 협력
취약층 일자리·사회서비스 제공
사회통합 위한 교육과정도 운영
경기도, 자활센터 신규 설립 등
프랑스 모델 한국식 적용 검토
1970년대 프랑스 루베시 알마가르 구역에서 재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알마가르 구역의 기존 주택들은 철거되고 주민들은 강제로 이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철거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자신의 지역과 일터를 지키기 위해 모였다. 사회학자, 건축가, 도시공학자 등 전문가들도 합류해 ‘도심민중작업장’ 등 대안을 제안했다. 지역사회에서 논의가 활성화하자 지방자치단체도 본격적으로 협의에 나섰다. 경제적·사회적 영역 등 지역의 생활 전반에 대해 토의한 결과, 철거 방식의 재개발 대신 지역주민이 거리·공원 청소, 집수리, 페인트칠처럼 지역에서 필요한 시설과 서비스를 직접 관리하는 데 합의했다. 이렇게 시작된 조직이 ‘지역관리기업’으로 성장해 1980년대에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됐다.
지난달 24일 서울시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국제포럼 ‘사회적 경제와 지역재생’(중앙자활센터·사회투자지원재단 공동주최)에서 프랑스 지역관리기업 전국연합위원회(CNLRQ) 진딘 부케나이시 사무총장이 지역관리기업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지역관리기업을 지칭하는 프랑스어인 ‘레지 드 카르티에’는 모든 배우를 무대 위에 올리는 연극 용어에서 따 왔다”며 “지역 당사자 모두가 지역을 관리하는 주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역관리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에는 주민, 사회단체, 지방의회 의원, 기업, 노동자 등 지역의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공임대주택업체들과 계약을 맺은 지역관리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와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경제활동에 의한 사회통합을 추구한다. 사회서비스의 이용자인 주민이 고용의 혜택도 누리는 당사자인 셈이다. 만약 지역관리기업이 공공임대주택을 짓게 되면 입주할 주민의 욕구를 파악하고, 주민을 고용해 기술을 가르친다. 주민 자신이 입주할 집을 직접 지은 결과, 주택은 튼튼해지고 주민의 경제적 역량과 공동체성은 강화된다.
지자체가 연합위에 지역관리 의뢰
현재 프랑스의 지방자치단체 200여곳, 공공임대주택업체 300여곳과 협력관계에 있는 142개 지역관리기업은 매년 80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그중 45%는 여성이다. 사회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민은 300여만명으로 그중 85%가 심각한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낙후지역에 살고 있다. 김신양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 부회장은 “최근 프랑스에서 폭동 사태가 빈발한 정도로 도심 공동화 문제와 낙후지역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감당할 역량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가 전국연합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케나이시 사무총장은 “지역관리기업 10곳 중 8~9곳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요청을 받아 만든 경우”라며 “그 지역에 가서 주민들과 함께 위원회를 만든 뒤 1단계로 사업 지역을 설정하고, 2단계로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고, 3단계로 주요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순서로 지역관리기업을 공공의 의제로 만드는 데만 6개월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한 자활기관 대표가 “우리도 공원관리와 청소사업을 하고 있지만 공공입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자, 부케나이시 사무총장은 “프랑스에는 공공계약과 관련해서 경제활동을 통한 사회통합과 관련한 법조항이 있다”며 “지방자치단체들이 입찰 때 지역관리기업이나 사회적기업을 위한 사회적 조건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부분 지역관리기업이 수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주민의 사회적 역량 강화도 중요
엄한진 한림대 교수는 “지역관리기업은 지역사회와 사회적 경제의 친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일자리 창출과 같은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직원의 사회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지역관리기업의 주된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인구 4만명인 우아니와 리베르쿠르(Carvin Oignies & Libercourt) 지역의 지역관리기업 앵퓔시옹(Impulsion)은 연극·출판·영화 등 문화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연극에는 3명의 전문배우와 함께 3명의 직원이 출연했다. 직원들은 자신의 일상을 담은 만화를 그려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전문 사진작가의 도움을 받아 지역관리기업의 활동내용을 담은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영화 관련 단체의 도움을 받아 7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도 제작했다. 그 결과 직업역량뿐만 아니라 가족·건강·채무와 관련된 사회적 역량도 커졌다. 2010년 앵퓔시옹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가족문제를 겪고 있다고 답변한 직원이 1년 만에 16.7%에서 9%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역 모임이나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던 직원 중 15.8%는 앵퓔시옹의 도움으로 지역사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부케나이시 사무총장은 “각 지역관리기업은 직업역량이 부족한 취약계층을 위해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정과 함께 시민의식 등 사회적 교육과정도 운영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 상당수가 취약계층의 직업화·사회통합을 위한 교육과정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지역관리기업 모델 검토
한국에서도 지역관리기업 전략을 지역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난달 23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기자활 국제포럼’에서 경기도 이한경 보건복지국장과 경기도의회 사회적 경제 활성화 포럼 회원, 31개 시·군 자활 담당 공무원, 지역자활센터 관계자 등 150여명이 지역관리기업 모델을 집중 논의했다. 경기광역자활센터와 함께 경기도형 지역관리기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사회투자지원재단의 장원봉 상임이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지역개발의 패러다임이 물리적 재생에서 사회적 재생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프랑스의 지역관리기업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강력한 파트너십으로 지역주민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반면, 한국의 지역자활센터는 지역재생사업에 핵심 주체로 참여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투자지원재단은 이날 경기도형 지역관리기업 모델로 △자활센터 단독 신규설립 △사회적 경제 연대 신규설립 △사회적 경제 플랫폼형 △지역주민 참여 지역관리기업 등 네 가지 모델을 제안했다.
프랑스 지역관리기업도 표준화된 모델을 두지 않고 지역의 상황과 참여주민의 요구를 고려해 창의적인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엄한진 교수는 “프랑스는 유럽 사회에서도 문화·이념·제도적으로 상당히 독특한 곳이라 지역관리기업을 한국에 적용할 때는 획일화를 경계해야 한다”며 “그런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지역자활센터가 지역관리기업과 유사한 형태로 전환한다면 한국 빈곤문제 해결에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낙연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yanni@hani.co.kr
지역관리기업을 지칭하는 프랑스어인 ‘레지 드 카르티에’는 모든 배우를 무대 위에 올리는 연극용어다. 즉 지역당사자 모두가 지역을 관리하는 주체라는 의미다. 지역관리기업 전국연합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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