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8일 서울시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사회적금융 아이디어 발표회’에서 동북4구팀이 지역참여형 크라우드펀딩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사회투자 제공
[싱크탱크 광장] 사회적 금융의 한국적 길
지역 공동 프로젝트에 투자 유도
경제 활성화 ‘공동체기금’ 역할
북서울신협, 실제 구현 작업 나서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운용사
소셜하우징 프로젝트에 융자
외국의 사회적 금융 사례 조사
지역 공동 프로젝트에 투자 유도
경제 활성화 ‘공동체기금’ 역할
북서울신협, 실제 구현 작업 나서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운용사
소셜하우징 프로젝트에 융자
외국의 사회적 금융 사례 조사
크라우드펀딩은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한 새로운 자금조달 방식으로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에 지역공동체의 역량을 접목하면 어떨까? 크라우드펀딩은 프로젝트를 올린 개인이나 단체에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가 후원금을 지급하거나 투자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시민단체, 마을기업, 구청 등 지역 기반 역량그룹을 결합시켜 지역구성원이 지역 기반 업체나 지역 공동의 필요에 기반한 프로젝트를 후원하거나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 효과가 큰 사회적 경제 조직을 발굴해서 투자자를 연결시키거나 지역의 유서 깊은 상징물을 복원하는 프로젝트에 후원자를 모집하는 식이다. 지역에서 자발적 기금을 조성하고 운영함으로써 지역자조기금의 토대를 마련하고, 지역의 후원으로 성장한 조직이 창출한 이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구상은 지난 7월18일 서울시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사회적 금융 아이디어 발표회’에서 동북4구팀이 발표한 것이다. 유영우 논골신협 이사장, 이성수 신나는조합 상임이사, 김원영 크레비스파트너스 대표 등 심사위원단은 “지역을 중심으로 기금이 조성된다는 점에서 공동체 기금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며 실현 가능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해 지역참여형 크라우드펀딩을 우수 아이디어로 선정했다.
이번 발표회는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가 6주 동안 진행한 사회적금융아카데미의 수강생 30명이 사회적 금융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처럼 사회적 금융의 직접 당사자는 물론 중간지원기관에 몸담고 있는 실무자와 연구자 등 다양한 일꾼들이 참여해 임팩트 투자, 크라우드펀딩, 협동조합 금융 등에 대한 한국적 방안을 펼쳐냈다.
아이디어들은 단순히 발표에 그치지 않았다. 지역참여형 크라우드펀딩은 서울 도봉구 북서울신협에서 실제 구현을 준비하고 있다. 도봉구, 노원구, 강북구, 성북구 등 동북4구에서 크라우드펀딩 콘테스트를 열 계획이다. 북서울신협은 콘테스트를 통해 동북4구에 위치한 사회적 경제 조직의 매출 증대는 물론 기획, 홍보 등 마케팅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업가치 향상과 지역 기반 생산, 자금 조성·운용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에 지역공동체기금 결합
사회적금융아카데미와 발표회를 주최한 한국사회투자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서울시가 2013년 조성한 사회투자기금의 운용사이기도 하다. 임창규 한국사회투자 사무국장은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은 민관이 함께 조성하는 자금으로 사회적 기업 융자를 비롯해 사회적 경제 중간지원기관 협력사업, 주거취약계층 해소와 건설형 사회적 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소셜하우징 프로젝트 융자사업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서울신협도 서울시 사회투자기금 10억원과 자체 출연 10억원으로 조성한 총 20억원의 사회투자기금으로 지역참여형 크라우드펀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 현장에서는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이 융자에 치우쳐 있고, 법인의 대표자 보증을 요구하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50%, 민간 50%의 매칭출연 방식도 자금의 여유가 많지 않은 사회적 경제 중간지원기관엔 높은 장벽이다. 상환 기간도 2~3년으로 짧아 사회투자기금의 모델로 삼았던 영국의 빅소사이어티캐피털과 달리 ‘인내자본’의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대해 임창규 사무국장은 “현장의 목소리는 서울시와 협의해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민·관 5 대 5 매칭출연 원칙도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소셜하우징 프로젝트에서는 민간과 정부의 출연 비율을 3 대 7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사회투자기금을 2년 정도 운용해보니 안심하고 융자할 만한 사회적 경제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게 사회적 금융의 걸림돌”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복지서비스를 대폭 사회적 경제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장의 근거로 프랑스의 노숙인 임시 치료숙소(LHSS)를 예로 들었다.
지난해 말 임창규 사무국장이 유럽의 사회적 금융 기관들을 둘러보던 도중 방문한 프랑스 파리 북부의 ‘엘에이치에스에스 모뵈주’에서는 노숙인이 최대 2개월 동안 머무르면서 숙식은 물론 건강도 챙기고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가 상주하며 노숙인들을 돌보기 때문이다. 엘에이치에스에스를 운영하는 곳은 프랑스 최대 사회적 기업인 그룹에스오에스(SOS)다. 2003년 그룹에스오에스는 정부의 노숙인 대책이 식사와 숙소에만 집중되면서 노숙인의 건강관리는 뒷전인 것에 주목했다. 만성질환이 된 뒤에야 병원 응급실에 실려오는 노숙인들 때문에 정부가 부담하는 치료 비용도 엄청났다.
그룹에스오에스가 내놓은 해법은 ‘임시 숙소’와 ‘건강센터’를 결합하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본적인 건강 검진과 치료 기능만 갖추고, 부족한 건 전문병원 및 알코올·약물 치료센터 등과 연계하는 것이었다. 엘에이치에스에스 모뵈주에도 40명의 노숙인을 관리하는 인원이 의사 한명과 간호사,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몇몇이 다였다. 엘에이치에스에스 모뵈주가 정부에서 받는 보조금은 노숙인 한명당 하루 100유로로 일반 병원의 하루 비용(200~500유로)의 20~50% 수준에 불과하다. 매킨지 앤드 컴퍼니는 2012년 보고서에서 “프랑스 정부는 4곳의 엘에이치에스에스에 노숙인 관리를 위탁하면서 연간 500만~1500만유로를 아꼈다”고 평가했다.
유럽·일본 등 국제적 협력도 본격화
한국사회투자는 유럽뿐만 아니라 일본 등 동아시아와도 협력을 통해 사회적 금융의 한국적 길을 찾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3일 ‘한·일 사회적 금융 심포지엄’을 서울시청 지하 서울시민청 워크숍룸에서 연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먼저 일본 메이지대학 경영학부 고세키 다카시 교수가 일본의 사회적 금융 시장과 제도를 소개하고, 이어 일본 리쓰메이칸대 국제경영학부 우에하라 유코 교수가 일본의 대표적인 사회적 금융 기관으로 난민기업지원펀드와 신뢰자본재단을 소개한다.
일본에 입국한 난민을 지원하기 위해 1999년 설립된 난민지원협회는 일본에 정착한 난민이 운영하는 가게나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 난민기업지원펀드를 만들었다. 대출과 경영지원을 통해 난민이 일본 사회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2009년 설립된 신뢰자본재단은 사회적 자본을 향상시키는 사회적 사업에 융자를 제공하고 있는데, 무이자·무담보·무보증이 특징이다.
이종수 한국사회투자 이사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한·일 양국의 사회적 금융과 서민금융지원제도의 현황을 공유하고, 자국에 적용할 수 있는 사업과 정책 아이디어를 얻고, 양국 전문가끼리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속적인 협력의 계기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원낙연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yanni@hani.co.kr
프랑스의 노숙인 임시 치료숙소 엘에이치에스에스는 사회적 경제가 복지서비스를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파리 북부의 ‘엘에이치에스에스모뵈주’ 지하에 위치한 식당 기둥에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한국사회투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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